세계적 ‘의사 과학자’의 꿈, 의과대학에서 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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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의과대
- 작성일 : 2023-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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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과대학 신효인, 신희제, 연현주 학생 연구성과 발표
신종 감염병으로 대두되는 엠폭스 관련 연구 수행
‘의사 과학자’는 기초와 임상 관련 지식과 경험을 두루 갖춘 전문가이다. 팬데믹으로 그 중요성과 시장이 확대된 신약 개발이나 바이오 분야의 핵심 인력으로 평가받는다. 국가도 의사 과학자의 양성을 주요 목표로 삼고 있다. 경희 캠퍼스에도 의사 과학자들이 있고, 그들의 길을 따르는 학생들 또한 성장하고 있다. 최근 미래의 의사 과학자들이 성과를 냈다. 학부생들이 2편의 논문을 발표했는데, 모두 세계적인 저널에 게재됐다. 의사 과학자 선배로 이들을 지도한 의과대학 연동건 교수와 신효인, 신희제, 연현주 학생을 만나 연구성과와 그들의 목표를 들었다.
신효인, 연현주 학생은 ‘Clinical manifestation of human mpox infection: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Reviews in Medical Virology>(IF=11.043))라는 논문을, 신효인, 신희제 학생은 ‘Comparison of clinical manifestations in mpox patients living with HIV versus without HIV: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Journal of Medical Virology>(IF=20.693))라는 논문을 썼다. 두 연구는 최근 국내에서도 우려가 많은 ‘엠폭스(옛 원숭이두창)’와 관련된 논문이다.
신종 감염병 부상한 엠폭스, 증상이나 HIV와의 관련성 메타 분석 연구
Q. 최근 발표된 두 가지 연구의 소개를 부탁한다
연현주(이하 현주): 전 세계 엠폭스 환자의 임상적 특징과 병태생리학적 분석을 해보려는 목적이었다. 메타 분석은 기존의 선행 연구 자료를 모두 모아서 분석하는 방식이다. 전 세계 환자 5,500명의 임상 증상을 유병률을 기준으로 가장 흔한 증상과 그 정도, 빈도 등을 분석했다. 이를 통해 발진이나 오한이 가장 일반적인 증상임을 밝혔다.
신희제(이하 희제): 두 번째 연구는 HIV 감염 여부에 따라 엠폭스 환자의 증상에 유의미한 차이가 있는지 확인해본 연구다. 메타 분석을 진행했다. 엠폭스는 밀접접촉(피부·성접촉)으로 감염되는 질병이다. 제3세계 국가에서는 HIV와 엠폭스 동반 감염이 흔하다. 메타 분석을 위해 전 세계에서 발표된 99개 논문을 모았다. 6개 대륙, 27개국, 환자 2,413명의 데이터를 분석했는데, 엠폭스와 HIV를 함께 앓고 있는 환자들에게 피부 발진이나 직장염, 기침, 설사 등의 증상이 나타났다. 엠폭스만 걸린 경우에는 발열, 발진, 두통, 근육통 등의 증상이 있었다. 쉽게 이야기하면 두 병에 모두 걸리면 성병의 증상이, 엠폭스만 걸린 경우에는 상기도 감염의 증상이 나타난다고 보면 된다. 각각의 병을 분석한 연구는 있었지만, 두 병을 함께 메타 분석한 연구는 세계 최초다.
Q. 두 연구의 대상이 엠폭스이다. 한국에도 감염자가 발생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관심도가 낮은 질병이다. 이를 연구한 이유는 무엇인가?
신효인(이하 효인): 엠폭스 이전에 진행한 연구가 코로나19 관련 연구였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신종 감염 질환에 관한 관심이 높아졌다. 한국에서는 관심이 적지만, 세계 각국에서는 엠폭스가 코로나19 이후 그 자리를 차지할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 팬데믹이 왔을 때를 대비하기 위한 발판으로 연구를 수행했다. 선행 연구는 하나의 특정 케이스만 연구해, 광범위한 분석이 없었다. 메타 분석을 통해 구체적으로 분석하려 했다.
연동건(이하 연 교수): 코로나 팬데믹으로 신종 감염병 연구의 중요성이 높아졌다. 의료 빅데이터, 의료 인공지능 등을 디지털 헬스라는 한 분야로 묶어 빠르게 연구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전 세계 데이터를 모아 새로운 가치를 창출했는데, 이런 자료는 세계 최초로 발표된 것이라 더 의미 있다. 엠폭스는 제3세계 국가에서 많이 발생하지만, 해당 국가의 연구 역량이 떨어진다. 그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연구라 생각해 학생들을 독려했다.
학생 연구 활동 독려하는 의과대학 학부생 연구 프로그램 참여
Q. 학부생으로 연구에 참여한 이유는 무엇인가?
희제: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의과대학 진학을 결정했다. 일차원적으로 보람된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의사는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직업이 아닐까 판단했다. 사실 효인 학생이 친누나이다. 누나가 가볍게 권유해 연구에 참여하게 됐다. 예과는 본과에 비해 비교적 시간이 많다. 방학이나 학기 구분 없이 연구할 수 있어, 부담도 적었다. 누나가 역할을 많이 해줬다. 대화는 많지 않지만(웃음), 큰 문제는 없었다.
효인: 의과대학 학생회에서 주관하는 학부생 연구 프로그램이 있다. 실제 실험 중심의 웨트랩(Wet Lab)과 기존 자료 분석 중심의 드라이랩(Dry Lab)을 비교했을 때 개인적인 성향이 드라이랩에 적합하다고 느꼈다. 평소에도 통계나 수학 분야에 관심이 많다. 성향과 의학의 공통점을 찾으려 노력했고, 드라이랩에서 연구하게 됐다. 자료를 수집하거나 기존의 자료를 분석해 새로운 시사점을 도출하는 과정이 매력적이다.
현주: 대학에 입학할 때도 의사 과학자가 꿈이었다. 예과 1학년 때부터 연구실들을 경험했다. 웨트랩, 드라이랩 모두 경험했다. 데이터 사이언스나 인공지능을 함께 연구하는 연구실을 찾고 싶었다. 경희 꿈 도전 장학을 통해서도 관련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신종 감염 질환의 특징과 이에 관련한 취약 계층의 대처 등의 분석을 경험하고 있다. 열심히 하고 있다.
Q. 연구를 마친 소감은 어떠한가?
효인: 시원섭섭하다. 저널의 논문 검토 과정에서 통계를 다시 살피는 과정도 있었고, 버겁게 느껴지기도 했다. 하나의 작업이 끝났다는 시원한 마음과 좀 더 잘할 수 있었을 것 같다는 섭섭한 마음이 함께 든다.
현주: 비슷한 감정이다. 하지만 아직 진행 중인 논문이 있어서 맘 놓고 쉬진 못하고 있다. 인터뷰에 오기 전에도 자료를 보다가 왔다. 방학 때 연구실에 나가면서 더 많이 연구하고, 의사 과학자라는 꿈을 향해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희제: 처음이라 낯설었다. 그런 과정에서도 성과가 잘 나와서 오히려 실감이 나지 않는다. 그래도 함께 연구해 준 누나한테도 고맙고, 연구를 도와주신 분들께도 고마운 마음뿐이다.
연 교수: 연구가 학생들에게는 힘든 과정이었을 수 있다. 시험 기간과 겹치기도 했는데, 연구를 닦달해서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학업에 지장 없게 노력했는데, 결과가 잘 나와서 다행스럽다.
연동건 교수, “디지털 헬스 연구 활성화로 학생 의사 과학자로 성장케 도울 것”
Q. 구성원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무엇인가?
현주: 예과 시기에 많은 활동을 할 수 있어서 좋았다. 꿈 도전 장학이 정말 좋은 제도이다. 연구와 연계해 제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알아볼 기회였다. 중간보고와 최종 발표를 준비하며 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세계보건기구(WHO)와 같은 기관에 근무하는 꿈을 꾸기도 했다. 큰 꿈을 가질 기회를 준 교수님과 학교에 고맙다.
효인: 지난해 처음 만들어진 학부생 연구 프로그램의 수혜자가 됐다. 학부생이 연구하려면 교수님들께 직접 연락을 드려야 한다. 교수님들이 어떤 연구를 하는지 구체적으로 알기 어려운 상황에서 큰 도움이 됐다. 저는 한 연구실만 경험했지만, 아직 분야를 정하지 못한 경우라면 다양한 연구실을 경험해 볼 수 있다. 프로그램을 만들어 준 의과대학과 교수님들께 감사한 마음이다.
희제: 팬데믹으로 비대면 활동이 이어지며 스스로 동기부여가 떨어진 느낌이었다. 이번 성과를 보고 저와 같은 학생들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좋겠다. 의과대학 학부생 연구 프로그램은 모두에게 열린 프로그램이다. 연구하며 대학에 왔다는 것이 실감 났다. 수준 높은 연구에 참여할 수 있어 뿌듯했다.
연 교수: 디지털 헬스 분야는 팬데믹 대응 과정에서 떠오른 학문이다. 디지털 헬스라는 부상하는 학문 분야에서 국가적으로도 양성을 시도하는 의사 과학자를 키우는 일에 기여한 것 같다. 앞으로도 적극적으로 연구하고, 학생을 가르치며 학생들이 의사 과학자로 성장하도록 돕겠다.
사실 학생들을 지도하며 연구 결과가 좋은 저널에 게재되길 바랐다. 목표를 위해 연구의 속도를 빠르게 했다. 신종 감염병 분야는 연구자 간의 경쟁이 심하다. 논리적이면서도 빠르게 결과를 도출해야 상위 저널에 게재할 수 있다. 학생들이 힘들었겠지만, 그들의 노력이 더욱 빛을 발하게 만들고 싶었다. 너무 좋은 학생들이 함께해 좋은 성과가 났다. 발표할 연구 결과가 더 남았다. 이런 성과가 쌓이고 학생들이 세계적 수준의 의사 과학자가 되길 바란다.
글 정민재 ddubi17@khu.ac.kr
사진 이춘한 choons@khu.ac.kr
ⓒ 경희대학교 커뮤니케이션센터 communication@kh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