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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미유 끌로델과 마르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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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 모모씨
  • 작성일 : 2001-06-06
  • 조회 : 48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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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의창] 까미유 끌로델과 마르코스

멕시코 혁명가 마르코스가 정리한 동화책이 한국에 번역되었다. 무장게릴라가 동화책이라니. 그의 동화책을 들춰보며 나는 '일반명사' 하나를 여러번 꼽씹었다.

그 '일반명사'가 아무래도 마르코스에 대한 욕이 될 것만 같아 머릿속에서 다른 단어를 검색해보았지만 마땅히 찾아낼 만한 것이 없었다. 그래서 나는 지금 쓴다. 몽상가. 마르코스, 그는 몽상가다. 그리고 나는 언제부터인가 모욕이 되어버린 이 '일반명사'를 찬미하고 싶어졌다.

마르코스가 이끄는 멕시코의 혁명조직 사파티스타에는 사령관이 없다. 아니다, 마르코스는 멕시코의 민중이 사파티스타의 사령관이며 자신은 부사령관이라고 분명히 말했다. 검은 복면을 한 마르코스의 가장 중요한 전장은 사이버공간이다.

마르코스는 꿈꾸는 자만이, 몽상가만이 21세기에도 혁명가일 수 있음을 전지구적 자본주의가 거미줄처럼 엮어놓은 인터넷 루트를 타고 출몰하며 선무하고 있다.

우리는 지금 무엇을 꿈꾸며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꿈꾸기를 멈춘 인간, 꿈꾸기를 멈춘 사회는 쓸쓸하다.

이자벨 아자니 주연의 영화 <까미유 끌로델>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모두들 매끈하고 보기좋게 빠진 돌을 집어들고 갈 때 까미유 끌로델은 가장 볼품없는 돌을 들고 갔다.

그 못생기고 볼품없는 돌을 가지고 까미유 끌로델이 빚어놓은 조각을 보고 꼬마는 경이로운 눈빛으로 물었다.
"아줌마, 아줌마는 돌 속에 이렇게 아름다운 사람이 들어 있는 줄 어떻게 알았어요?"

나는 이 꼬마가 던진 전율적인 질문 때문에 영화를 다시 보았다. 꼬마가 본 조각이 바로 그 유명한 &#39;일하는 사람의 발&#39;이었다.
꿈꾸는 자 만이 돌 속에 숨겨진 위대한 가능성을 예감할 수 있다. 까미유끌로델에 의해 발견된 그 뛰어난 예술품도 꿈꾸지 않는 자들에게는 다만 볼품없는 돌멩이에 불과했다.

누가 알 수 있는가. 우리의 가야할 저 앞길에 무엇이 놓여 있는지. 다만 지리멸렬한 오늘과 같은 내일이 여전히 계속되리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는가.
상상력을 상실한 사람들만이 신문정치면의 저 진부한 이름들 속에서 미래를 읽으려고 한다.

그러나 또 누가 알겠는가. 지금 볼품없이 내팽개쳐진 저 서글픈 노동자들의 어깨 밑에 그 어떤 미래가 숨겨져 있는지. 꿈꾸기를 포기하지 않는 자는 혹시 보았을지 아는가. 나는 영화속의 그 꼬마처럼 경의에 찬 질문을 던질 수 있게 되기를 꿈꿔본다.

"아줌마는 돌 속에 이렇게 아름다운 사람이 들어있는 줄 어떻게 알았어요?"

(방현석/편집위원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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