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학생 여러분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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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의대학장
- 작성일 : 2004-12-20
- 조회 : 1,638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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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과대학 학생 여러분께
오늘은 월요일 어느때와 마찬가지로 좋은 아침인 것 같습니다. 아닙니다. 정말로 좋은 아침입니다.
그러나 날이 여느날과 달리 쌀쌀하고 군데군데 얼음도 얼어 있더군요.
그래도 마음만은 한결 상쾌합니다.
제 나름대로 애를 쓴다고 해도 마음대로 되는 것 같지 않아 그저께는
그저 답답하고 울적한 마음에 교무과장과 소주를 한 잔 했습니다.
조금씩 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과음을 했지요.
밤 늦게 집에 들어가 컴퓨터 앞에 앉아보았습니다.
우리 의대 학생들에게 뭐라도 얘기를 하고 싶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한참을 물끄러미 모니터를 보고 앉아 있었는데,
제 딸이 들어와서 한마디 하더군요.
아빠는 너무 유치해…
게시판에 쓰려던 글 중에 “여러분 사랑합니다” 라고 쓴 것을 보았던 모양입니다.
취중이었는데도 왠지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오더군요.
사랑은 유치한 걸까요?
어제는 학교에 나와서 한번 도서관을 가 보았습니다.
낮 익은 얼굴들이 있더군요.
우리 의과대학생들은 수업거부 중에도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 같더군요.
이는 우리가 잘 느끼지 못했던 수십 년 된 전통입니다.
제가 조교로 처음 경희의대에서 근무를 시작했었던 그 때도 그랬고
처음 교수 발령 받았던 해에도 그랬으며,
또한 제가 처음 학장이 되었던 그 해도 그랬습니다.
저는 그 안에서 우리의 희망의 원천이 무엇인지를 보았습니다.
제가 우리 학생 여러분에게 심한 말을 한 것이 진심이 아니었듯이
여러분들이 수업을 거부하고 있는 것도, 진정 더 배우고 싶다는 다른 표현일 뿐
사사로운 욕심이 아니라는 것을 제 눈으로 확인했습니다.
부모는 밥 안 먹는 아이에게 달래기도 하고 혼내기도 하면서 밥을 먹이는 데만 열중합니다.
제 자식 입에 밥이 들어가는 걸 볼 때 부모는 가장 뿌듯한 마음이 생긴다고 합니다.
저는 여러분들이 게걸스럽게(?) 공부하는 걸 볼 때 가장 행복합니다.
그러하기에 저는 우리 학생 여러분들이 빨리 자리로 돌아와서 공부를 했으면 정말로 정말로 좋겠습니다.
저는 여러분을 사랑합니다. 또한 계속적으로 여러분들을 사랑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