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조선] 경희의료원의 경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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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본과생
- 작성일 : 2001-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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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취재] 동-서의학 접목 경희의료원의 경쟁력
17개 진료과목 양-한방 협진…한국 의료에 새 비전 제시
내분비내과-정형외과-심혈관계내과-친구과 등 최고 수준
경희의료원의 장점은 양방(洋方)병원(경희대병원)과 한방(韓方)병원(경희대한방병원)이 함께 있다는 것이다.
<img src="http://weekly.chosun.com/news/img/200109/2001091800181.jpg">
▲ 관절염 환자에 대한 양·한방 협진. 의사와 한의사가 동시에 한 환자를 진료한다.
경희대병원은 967병상으로 연간 25만2000여명의 입원환자, 67만5000여명의 외래환자를 진료한다. 경희대한방병원은 400병상으로 연간 12만7000여명의 입원환자, 43만여명의 외래환자를 진료한다. 이들 양ㆍ한방 병원은 개별적으로 놓고 봐도 규모나 시설, 능력 면에서 국내 최상위권에 속한다. 그런데 이들 두 병원이 한곳에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환자 진료에 있어서도 양방과 한방이 함께 적용된다는 점이다. 물론 모든 질환에 양ㆍ한방 협진(協診)이 시행되는 것은 아니며 그 적용범위는 아직 한정되어 있다. 그러나 동양의학과 서양의학의 접목을 통해 치료가 힘들었거나 치료 효과가 낮은 질환들에 대한 돌파구를 연다는 점에서 한국 의료에 새 희망을 던지고 있다. 일부 질환에 있어서는 실제로 그 효과가 입증되고 있다.
경희의료원은 지난 98년 8월 의사 한명과 한의사 한명이 동일한 진료실에서 함께 진료하는 동서(東西)신장병클리닉을 시범적으로 개설했다. 지금은 동서협진센터 산하에 신장병, 관절ㆍ류머티스, 척추, 혈관 노화 방지, 성장호르몬 자율신경, 구취(口臭), 뇌ㆍ신경마비, 중풍 등 17개 진료과목별로 협진 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다. 의료원측은 개원 30주년(1971년 개원)이 되는 오는 10월 5일 국제학술대회를 열어 지금까지의 임상 연구성과를 대대적으로 발표할 예정이다.
동서협진센터 두호경(杜鎬京ㆍ한방 6내과) 소장은 "학문적인 입장과 질병에 대한 접근방식이 상이한 양ㆍ한방 의사가 한자리에 앉아 치료법을 협의하고 결정하기까지는 지난 30여년 동안 경희의료원이 기울여온 상대 의학에 대한 상호 이해와 신뢰 구축이 밑바탕이 됐다"고 말했다.
■ 양ㆍ한방 협진의 성과는?
협진의 성과가 두드러진 분야로 경희의료원 측은 먼저 관절ㆍ류머티스 질환을 꼽는다. 양방 정형외과(유명철ㆍ조윤제 교수), 류머티스내과(양형인 교수), 한방 침구과(박동석ㆍ최도영ㆍ이재동 교수)가 참여하는 이 클리닉은 작년 4월부터 정형외과적 치료, 물리치료 외에 한방의 봉독약침(蜂毒藥鍼)치료, 전기침치료, 부항뜸치료를 병행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 센터에서 치료받은 관절염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만족도 조사에서 52%가 ‘양ㆍ한방 동시 진료가 과거에 받았던 진료보다 치료효과가 빠르고 효과적이었다’고 대답했다. 또 91.5%가 양ㆍ한방 의료진에 대한 만족감을 나타냈고 ‘치료의 부작용이 낮아졌다’는 대답이 75.6%, ‘다른 환자에게 이 치료법을 추천하겠다’는 응답도 79.8%였다.
양방 신경외과(이봉암 교수), 신경과(이태규 교수), 한방 사상체질의학과(송일병ㆍ이수경 교수), 침구과(김창환ㆍ고형균 교수)가 참여하는 뇌ㆍ신경마비 클리닉도 좋은 협진 성과를 거두고 있다. 뇌경색으로 입원한 태음인(太陰人) 환자들 중 21명은 협진을, 6명은 양방치료만 시행한 결과 입원 2주 후부터 협진 환자들에게서 치료효과가 유의하게 높게 나타났다는 것이다.
통증질환 치료에 있어서도 협진이 좋은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마취과(이두익ㆍ김건식 교수)와 침구과(최도영 교수)가 참여하는 이 클리닉은 뇌졸중으로 입원한 환자들 중 중추성(中樞性) 통증을 호소하는 90명을 대상으로 각각 협진, 양방치료, 한방치료를 시행한 결과 협진 환자에게서 훨씬 우수한 치료성적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알레르기성 비염의 경우 양방 이비인후과(조중생 교수)와 한방 안이비인후피부과(홍승욱 교수)가 참여하고 있는데, 마황부자세신탕(湯)과 소시호탕을 투여해 치료효과를 높이고 있다. 이들 환자 72명을 대상으로 두 약제를 각각 1주일씩 투여한 결과 증상 개선 효과가 뚜렷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소아과(조병수 교수)와 한방 신장내과(두호경 교수)가 참여하는 신장병 클리닉의 경우 1년에 4회 이상 재발하는 소아신(腎)증후군 환자 29명에게 소량의 부신피질호르몬과 인삼, 백출 등 12가지 약제로 조제한 SA-1을 함께 투여한 결과 90%가 완치되거나 치료효과가 나타났다. 양방치료만 시행했을 때 치료율은 70~80% 수준이었다는 것이다.
이밖에 의료원측은 ▲쑥뜸을 이용한 성장호르몬 증가 효과 ▲침과 한약을 이용한 희귀 월경(月經)환자 치료 ▲이침(耳鍼)을 이용한 수면장애 노인 치료 등에서도 협진이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밝혔다.
협진을 시행하는 이들 17개 클리닉은 작년 5월에 문을 연 동서협진센터에 소속돼 있다. 의료원 관계자는 “처음에는 독립된 동서협진병원을 설립하려고 했으나 운영상의 번거로움으로 의료원 산하 종합센터로 발족했다. 그러나 독립 병원처럼 독자적으로 운영된다. 그리고 이들 17개 클리닉이 다루는 질환은 가급적 양방병원이나 한방병원에서 중복해서 취급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협진에는 양방병원 교수 151명 중 30명, 한방병원 교수 59명 중 27명이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 동서협진센터는 5만7000여명의 환자를 진료했으며 50억원 정도의 매출을 올렸다.
■ 양방 우수 분야
양ㆍ한방 협진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지만 경희의료원 진료의 중심은 아직은 양방에 있다. 환자와 매출의 70% 정도가 양방인 경희대병원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 양방병원의 무릎관절 수술.
양방에서 손꼽는 대표적인 분야는 내분비내과, 정형외과, 신경과 등 3곳. 내분비내과의 경우 국내 내분비학을 선도(先導)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80년 개설한 내분비연구실은 어느 대학병원에서도 시도하지 않았던 획기적인 투자로, 국내서 흔치 않았던 각종 호르몬 및 호르몬수용체 측정을 일반화했다. 이어 91년에는 내분비연구소로 승격, 확장되면서 국내 내분비 연구의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국내 최초로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본격적인 유전자검사를 시작했으며, 지난 3월에는 30세 이전에 발병하는 유전성 당뇨병의 한 유형인 ‘모디’ 환자들을 대상으로 본격적인 유전자검사를 시행하고 있다. 당뇨병에 대한 이같은 명성 덕분에 작년 내분비내과 입원환자 6만5000여명 중 당뇨병 환자가 48% 정도를 차지했다. 이밖에 뇌하수체 장애, 갑상선 장애 환자가 많다. 최근에는 성장호르몬의 의학적 활용과 소량의 혈액을 이용하여 질병(암, 만성질환)의 가능성을 미리 알아내는 진단법의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여기에는 최영길(崔永吉ㆍ67) 의료원장의 역할이 컸다고 의료원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최 의료원장은 국내 내분비학이 불모지와 다름 없었던 지난 70년대 후반 미국서 이 분야를 전공하고 귀국, 지금까지 23편의 저서, 450여편의 논문을 발표해 내분비학 발전을 선도했다는 것이다.
정형외과도 여러가지 업적으로 인해 국내 의료계에서 최강팀의 하나로 꼽힌다. 지난 75년 무균(無菌) 수술실에서 인공고(股)관절 전치환술(轉置換術)을 성공시켰으며 같은해 가운데손가락이 절단된 환자에게 미세 혈관 봉합술을 시행해 이를 재접합하는 데 성공했다. 79년 다른 대학병원에 앞서서 분야별 전문진료 체계를 수립했으며 지금도 인공고관절, 인공슬(膝)관절, 미세수술, 요통, 척추기형, 사지(四肢)교정, 혈우병 등 13개 특수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다.
<img src="http://weekly.chosun.com/news/img/200109/2001091800182.jpg">
작년 한해 동안 2453명의 환자가 정형외과에서 수술을 받았다. 인공고관절 수술의 경우 연간 350여건을 시행해 국내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인공슬관절은 연간 200여건, 견주관절은 연간 300여건의 수술을 시행한다. 특히 대퇴골두 무혈성괴사증의 경우 지금까지 2500여명을 치료해 세계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수부(手部) 및 미세수술 분야는 지금까지 500여건의 절단사지 접합수술을 성공시켰으며 300여건의 생비골 이식, 600여건의 유리근육 이식을 시행했다.
신경과는 경희의료원의 특성을 가장 잘 나타내는 진료과이다. 1999년 1년 동안 의료원에 입원한 환자(실인원) 3만4331명 중 뇌졸중 환자가 5378명으로 전체의 15%를 차지, 단일 질환 1위였다. 다른 대학병원들과 비교해도 신경과 환자 수는 전국 1위를 차지한다. 대한병원협회의 지난 98년 통계에 따르면 신경과 외래환자의 경우 경희대병원이 9만5096명으로 1위, 서울대병원 6만8220명, 서울중앙병원 6만5858명으로 나타났다.
의료원 관계자는 "한방병원이 함께 있다는 것이 환자를 끄는 가장 큰 유인(誘因)인 것 같다. 환자들 중에는 먼저 양방 치료를 받아야 하는 사람들이 많아 양방 신경과와 신경외과에 환자들이 몰리고 있다. 또 의료진도 국내 정상급이어서 환자들의 신망이 두텁다"고 말했다.
이밖에 순환기내과의 고혈압클리닉, 소화기내과 치료내시경클리닉, 신장내과 신장염클리닉, 일반외과 대장항문병클리닉, 신경외과 뇌혈관질환클리닉, 산부인과 불임클리닉, 피부과 모발클리닉, 이비인후과의 두경부(頭頸部)종양학 분야와 귀ㆍ코질환, 재활의학과의 중풍재활 분야도 명성을 얻고 있다.
■ 한방 우수 분야
한방의 경우 모든 분야에서 경희대 한방병원이 한의학계를 선도하고 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그 중에서도 특히 두각을 나타내는 분야로 간계(肝系)내과, 심혈관계내과, 침구과, 한방신경정신과 등이 꼽힌다.
간계내과(한방1내과)는 전통적인 한의학 이론에다 혈액검사, 초음파, MRI 및 분자생물학 등 현대의학적 방법을 활용해 한약물이 간에 안전하며 간 보호효과가 있음을 확인했다. 지난 93년 만성 간염환자 3136명에게 생간건비탕을 투여해 효과가 있음을 입증했고, 95년 만성 B형간염환자 50명에게 인진청간탕을 투여해 치료한 결과 70%에서 증상이 호전되었음을 보여주었다.
주로 중풍을 치료하는 심혈관계내과(한방2내과)는 경희대한방병원에서 중심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연간 입원환자가 1300여명, 외래환자가 5만여명에 달한다. 중풍환자의 경우 급성기(발병 후 3일~2주)에 양방 응급처치를 받은 후 안정기(1~2개월)에 들어서면 한방 치료를 가미해 망가진 기(氣) 순환을 원상으로 돌려 후유증을 최소화한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동맥경화 예방을 위해 만든 한방 캡슐제제 청혈단이 임상에서 좋은 결과를 나타내 곧 이를 실용화할 계획이다.
한방의 신비는 역시 침(鍼). 침구과는 지난 72년 세계 최초로 무(無)약물 침술마취로 맹장수술을 성공시켜 화제를 모았다. 특히 말초성 안면신경마비 환자에 대한 침구치료 결과 86.4%가 초진(初診) 후 7주 이내에 완치됐고 회복기간은 평균 3.87주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에는 봉독약침으로 류머티스관절염 환자에게서 우수한 치료성적을 거두는 등 봉독약침에 대한 연구와 임상적용이 활발하다.
한방 신경정신과는 치매에 대한 치료 가능성을 높여 주었다. 지난 99년 초기 치매환자(발병 후 1~2개월)를 집중 치료한 결과 60%의 호전율을 보였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라 이 과의 황의완(黃義完) 교수팀은 보건복지부로부터 6억원의 연구기금을 지원받는 ‘치매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이밖에 만성피로클리닉, 부종(浮腫)클리닉, 산후(産後)보양클리닉, 학생건강클리닉, 홧병클리닉, 벌침클리닉, 비만클리닉, 성인병 체질개선클리닉 등이 인기를 얻고 있다.
경희대한방병원의 명성은 외국에서도 높아 미국, 중남미, 유럽 등지의 의료기관으로부터 공동연구 제의를 받았으며 실제로 많은 연구원이 이곳을 다녀가기도 했다. 이같이 높은 관심에 따라 병원측은 외국인 방문객을 대상으로 한방을 소개하고 체험해 보도록 하는 관광 프로그램(Health Tour to Kyunghee) 개설을 추진하고 있다.
■ 효과적인 이용법
양방인 경희대병원은 3차 의료기관이므로 진료받기 위해서는 병의원에서 발급한 진료의뢰서를 제출해야 한다. 그러나 한방병원이나 동서협진센터는 진료의뢰서 없이 1단계 진료가 가능하다. 한방병원이나 동서협진센터에서 진료받은 후 양방 병원에서 진료받아야 할 경우 이곳에서 진료의뢰서를 발급받을 수 있다. 자세한 문의사항은 전화 (02)958-9618~9에서 상담받을 수 있으며 진료예약은 (02)958-9621~3에서 할 수 있다.
경희의료원은 해외 교민에게도 우리 의료보험과 유사한 형태의 혜택을 제공한다. 시카고교민회(僑民會), 아르헨티나교민회, 칠레교민회, 파라과이교민회 등 27개국 91개 교민회와 의료계약을 체결하고 할인혜택을 주고 있다. 외래진료시에는 우리 일반진료에서 30%, 한방병원 이용시 10%, 동서협진센터 이용시 20%를 할인해 준다.
의료원은 또 신관 병동 3~7층 휴게실에 환자, 보호자를 위한 공중인터넷을 설치해 많은 호응을 얻고 있다. 공중인터넷 운영업체인 ㈜조은넷이 8대의 PC를 설치, 5분당 100원의 사용료를 받고 있다. 의료원측은 “환자, 보호자의 반응이 좋아 설치 장소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영길 경희의료원 원장
"양·한방 교류 통한 '제3의 의학' 필요"
"우리 의료원에서는 환자 한명을 의사와 한의사가 동시에 진료하는 양ㆍ한방 협진(協診)이 활성화되고 있다. 협진은 환자상태 등을 감안해 양ㆍ한방 동시치료나, 한방치료 후 양방치료, 양방치료 후 한방치료 등 다양한 형태로 이루어진다." 경희의료원 최영길(崔永吉ㆍ67) 원장은 "한의사를 공중보건의로 배치하는 문제에 대한 찬반 여론조사에서 80% 이상이 찬성으로 나타날 정도로 한의학에 대한 국민적 신뢰도가 높다”며 양·한방 교류를 통한 의학 발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지난 59년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뒤 미국으로 유학, 신시내티 의대 교수를 지낸 그는 국내 내분비학의 선구자. 대한당뇨병학회, 대한내분비학회, 대한내과학회 등의 회장을 역임했으며 미국당뇨병학회, 미국골대사학회 회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그러나 최 원장은 "양ㆍ한방 협진은 상대 분야에 대한 이해 부족이라든지, 한명의 환자를 의사ㆍ한의사가 진료하다 보니 의견 차이로 인한 시간 지연 등 문제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며 “올바른 발전을 위해서는 올바른 방법론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무엇이 올바른 방법론인가.
"예를 들면 질병별로 동서(東西)협진이 양ㆍ한방 개별적 진료방법보다 우수하다는 것이 증거의학적 측면에서 증명되어야 한다. 단순히 두 학문이 합쳐졌을 때 더 좋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실험에 기초를 둔 증거의학적인 결과물들이 발표되어야 국내 의학계뿐 아니라 외국에서도 협진의 우수성을 인정하게 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한의학에서도 증거의학에 의한 방법론을 폭넓게 도입해야 한다."
-양방과 한방은 인식론에서부터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이로 인한 갈등은 없는가.
"근본적으로 다른 학문이다 보니 의견 차이가 없을 수는 없다. 그러나 우리 의료원의 의사와 한의사는 상대 영역에 대한 이해를 어느 정도 갖추고 있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다. 양방과 한방을 모두 다 공부한 사람도 있다.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협진도 이같은 상호 이해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또 이런 정신이 우리 의료원의 설립 이념이기도 하다."
-다른 대형 대학병원들과 어떻게 경쟁해 나갈 생각인가.
"병원 경영상 재력이 충분하지 못하기 때문에 일단은 경쟁력 있는 임상 과(科)들을 집중적으로 키워나갈 생각이다. 그래야 다른 병원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그 결과 경쟁력을 갖춘 과들이 두각을 나타내면 다른 과들도 함께 발전해 나갈 것으로 본다. 그러나 몇몇 과를 집중 지원하다 보면 다른 과에서 불만을 갖기 쉽다. 따라서 임상 과들의 화합과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 그렇다고 균형만 중시하면 발전이 없고 경쟁에서 뒤지기 때문에 내부적 갈등을 잘 해소해 나가야 한다."
-외국 의료기관과의 교류는.
"한의학에 관심을 갖는 외국 의료기관들이 많다. 현재 대학 차원에서 미국 스탠퍼드대학과 치매, 침, 노화방지 등에 관해서 한의학 연계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하버드 의대와도 한의학 관련 공동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중국 북경중의학원, 하얼빈중의학원 등과도 교류를 하고 있다."
-앞으로 경희의료원을 어떻게 발전시켜 나갈 계획인가.
"작년 6월 인간의 유전자 서열이 완전히 밝혀졌다. 이에 따라 질환의 진단ㆍ치료에도 획기적인 변화가 생기는 등 의학의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 우리도 빨리 새로운 의학의 조류(潮流)를 타야 한다. 우리 의료원은 양의학과 한의학 모두 이런 유전자 정보를 적극 활용해 새로운 진단법, 치료법 등을 개발하도록 적극 지원할 것이다. 이를 위해 의료원에 모든 과가 이용할 수 있는 유전자 정보 관련 센터를 만들어 발전의 기초로 삼도록 하겠다. 미래에 ‘제3의 의학’이 필요하다고 한다면 그것도 이런 토대 위에서 가능할 것이다."
최 원장은 지난 92~93년 경희의료원장을 지낸 데 이어 지난 95년부터 두번째로 의료원장 직을 맡고 있다.
◈우수 의사·한의사 10인
▲내분비내과 김성운(金成運·46)
노화방지 분야. 성인(成人) 성장호르몬 클리닉 운영. 노화방지를 위해 노인에게 성장호르몬을 주입하는 치료법 도입. 관절염 치료에 성장호르몬 항(抗)염증요법과 내과적 연골(軟骨)재생술이라는 새 임상모델 제시.
▲일반외과 박호철(朴豪撤·49)
혈관·이식 분야. 하지(下肢)정맥류에 국내 최초로 주사경화(注射硬化)요법 도입, 1000건 이상 시행. 동맥 우회술로 대동맥의 장골동맥(배 안에서 다리 쪽으로 가는 동맥) 폐쇄증 치료에 뛰어난 성적.
▲정형외과 정덕환(鄭德煥·49)
수부외과·미세재건수술 분야. 산업재해로 인한 외상 매년 300여건 수부(手部) 관련 수술 시행. 83년 후 미세(微細)수술인 혈관 부착 생피판술(生皮板術) 400여건 시행해 재생이 불가능해 보였던 결손부 재건.
▲비뇨기과 장성구(張聲九·49)
비뇨기종양학 분야. 100여편의 논문을 국내 학술지에, 30여편을 국제학술지에 발표. 올해 논문 3편이 SCI급 국제학술지에 동시 게재. 신장암에 근치적 수술과 면역요법(인터루킨, 인터페론)을 동시 시행하는 방법 도입.
▲소아과 배종우(裵鍾雨·47)
미숙아ㆍ신생아학 분야. 최초로 미숙아 호흡곤란증 치료를 위한 인공 폐표면활성제 보충요법 도입. 1.5㎏ 미만 초미숙아 생존율을 선진국 수준인 80% 이상으로 향상시켜 영아 사망률 개선에 이바지.
▲안과 진경현(秦京鉉·45)
각막ㆍ백내장ㆍ굴절수술 분야. 백내장에 대한 초음파 유화술(乳化術) 및 무(無)봉합 수술을 2200여건 시행, 96%의 만족도 기록. 안구(眼球)추적장치를 이용한 엑시머레이저 수술 시행.
▲한방1내과 이장훈(李長勳·40)
간장(肝腸)질환 분야. 알코올성 간질환 및 알코올 의존성 치료에 이침(耳鍼)요법 및 약물치료를 응용한 금주(禁酒)요법을 개발, 1차로 70%의 성공률 기록. 간 섬유화를 억제하는 한약재 개발에 주력.
▲한방5내과 정승기(鄭昇杞·49)
호흡기질환 분야. 한약치료에 뜸치료, 침치료, 향기요법을 가미한 한약 흡입치료법을 알레르기·호흡기질환 치료에 도입. 한약 50여종으로 청상보하탕 가감방 등 새 처방 개발.
▲한방 신경정신과 황의완(黃義完·55)
치매 분야. 초기 치매환자의 한방 치료법 개발, 발병 3개월 이내인 환자의 경우 대부분 호전되는 치료성과 기록. 전체 치매환자의 치료성과도 60%의 호전율.
▲한방 동서협진과 류재환(柳在煥·45)
뇌졸중 분야. 의사와 한의사 복수 면허 소지. 뇌졸중 환자 치료시 70%의 높은 회복률 기록. 97년 ‘비브리오 패혈증을 한약을 투여해 억제할 수 있다’는 논문 발표.
(김창기 주간조선 차장대우 ckkim@chosun.com)
17개 진료과목 양-한방 협진…한국 의료에 새 비전 제시
내분비내과-정형외과-심혈관계내과-친구과 등 최고 수준
경희의료원의 장점은 양방(洋方)병원(경희대병원)과 한방(韓方)병원(경희대한방병원)이 함께 있다는 것이다.
<img src="http://weekly.chosun.com/news/img/200109/2001091800181.jpg">
▲ 관절염 환자에 대한 양·한방 협진. 의사와 한의사가 동시에 한 환자를 진료한다.
경희대병원은 967병상으로 연간 25만2000여명의 입원환자, 67만5000여명의 외래환자를 진료한다. 경희대한방병원은 400병상으로 연간 12만7000여명의 입원환자, 43만여명의 외래환자를 진료한다. 이들 양ㆍ한방 병원은 개별적으로 놓고 봐도 규모나 시설, 능력 면에서 국내 최상위권에 속한다. 그런데 이들 두 병원이 한곳에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환자 진료에 있어서도 양방과 한방이 함께 적용된다는 점이다. 물론 모든 질환에 양ㆍ한방 협진(協診)이 시행되는 것은 아니며 그 적용범위는 아직 한정되어 있다. 그러나 동양의학과 서양의학의 접목을 통해 치료가 힘들었거나 치료 효과가 낮은 질환들에 대한 돌파구를 연다는 점에서 한국 의료에 새 희망을 던지고 있다. 일부 질환에 있어서는 실제로 그 효과가 입증되고 있다.
경희의료원은 지난 98년 8월 의사 한명과 한의사 한명이 동일한 진료실에서 함께 진료하는 동서(東西)신장병클리닉을 시범적으로 개설했다. 지금은 동서협진센터 산하에 신장병, 관절ㆍ류머티스, 척추, 혈관 노화 방지, 성장호르몬 자율신경, 구취(口臭), 뇌ㆍ신경마비, 중풍 등 17개 진료과목별로 협진 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다. 의료원측은 개원 30주년(1971년 개원)이 되는 오는 10월 5일 국제학술대회를 열어 지금까지의 임상 연구성과를 대대적으로 발표할 예정이다.
동서협진센터 두호경(杜鎬京ㆍ한방 6내과) 소장은 "학문적인 입장과 질병에 대한 접근방식이 상이한 양ㆍ한방 의사가 한자리에 앉아 치료법을 협의하고 결정하기까지는 지난 30여년 동안 경희의료원이 기울여온 상대 의학에 대한 상호 이해와 신뢰 구축이 밑바탕이 됐다"고 말했다.
■ 양ㆍ한방 협진의 성과는?
협진의 성과가 두드러진 분야로 경희의료원 측은 먼저 관절ㆍ류머티스 질환을 꼽는다. 양방 정형외과(유명철ㆍ조윤제 교수), 류머티스내과(양형인 교수), 한방 침구과(박동석ㆍ최도영ㆍ이재동 교수)가 참여하는 이 클리닉은 작년 4월부터 정형외과적 치료, 물리치료 외에 한방의 봉독약침(蜂毒藥鍼)치료, 전기침치료, 부항뜸치료를 병행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 센터에서 치료받은 관절염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만족도 조사에서 52%가 ‘양ㆍ한방 동시 진료가 과거에 받았던 진료보다 치료효과가 빠르고 효과적이었다’고 대답했다. 또 91.5%가 양ㆍ한방 의료진에 대한 만족감을 나타냈고 ‘치료의 부작용이 낮아졌다’는 대답이 75.6%, ‘다른 환자에게 이 치료법을 추천하겠다’는 응답도 79.8%였다.
양방 신경외과(이봉암 교수), 신경과(이태규 교수), 한방 사상체질의학과(송일병ㆍ이수경 교수), 침구과(김창환ㆍ고형균 교수)가 참여하는 뇌ㆍ신경마비 클리닉도 좋은 협진 성과를 거두고 있다. 뇌경색으로 입원한 태음인(太陰人) 환자들 중 21명은 협진을, 6명은 양방치료만 시행한 결과 입원 2주 후부터 협진 환자들에게서 치료효과가 유의하게 높게 나타났다는 것이다.
통증질환 치료에 있어서도 협진이 좋은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마취과(이두익ㆍ김건식 교수)와 침구과(최도영 교수)가 참여하는 이 클리닉은 뇌졸중으로 입원한 환자들 중 중추성(中樞性) 통증을 호소하는 90명을 대상으로 각각 협진, 양방치료, 한방치료를 시행한 결과 협진 환자에게서 훨씬 우수한 치료성적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알레르기성 비염의 경우 양방 이비인후과(조중생 교수)와 한방 안이비인후피부과(홍승욱 교수)가 참여하고 있는데, 마황부자세신탕(湯)과 소시호탕을 투여해 치료효과를 높이고 있다. 이들 환자 72명을 대상으로 두 약제를 각각 1주일씩 투여한 결과 증상 개선 효과가 뚜렷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소아과(조병수 교수)와 한방 신장내과(두호경 교수)가 참여하는 신장병 클리닉의 경우 1년에 4회 이상 재발하는 소아신(腎)증후군 환자 29명에게 소량의 부신피질호르몬과 인삼, 백출 등 12가지 약제로 조제한 SA-1을 함께 투여한 결과 90%가 완치되거나 치료효과가 나타났다. 양방치료만 시행했을 때 치료율은 70~80% 수준이었다는 것이다.
이밖에 의료원측은 ▲쑥뜸을 이용한 성장호르몬 증가 효과 ▲침과 한약을 이용한 희귀 월경(月經)환자 치료 ▲이침(耳鍼)을 이용한 수면장애 노인 치료 등에서도 협진이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밝혔다.
협진을 시행하는 이들 17개 클리닉은 작년 5월에 문을 연 동서협진센터에 소속돼 있다. 의료원 관계자는 “처음에는 독립된 동서협진병원을 설립하려고 했으나 운영상의 번거로움으로 의료원 산하 종합센터로 발족했다. 그러나 독립 병원처럼 독자적으로 운영된다. 그리고 이들 17개 클리닉이 다루는 질환은 가급적 양방병원이나 한방병원에서 중복해서 취급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협진에는 양방병원 교수 151명 중 30명, 한방병원 교수 59명 중 27명이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 동서협진센터는 5만7000여명의 환자를 진료했으며 50억원 정도의 매출을 올렸다.
■ 양방 우수 분야
양ㆍ한방 협진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지만 경희의료원 진료의 중심은 아직은 양방에 있다. 환자와 매출의 70% 정도가 양방인 경희대병원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 양방병원의 무릎관절 수술.
양방에서 손꼽는 대표적인 분야는 내분비내과, 정형외과, 신경과 등 3곳. 내분비내과의 경우 국내 내분비학을 선도(先導)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80년 개설한 내분비연구실은 어느 대학병원에서도 시도하지 않았던 획기적인 투자로, 국내서 흔치 않았던 각종 호르몬 및 호르몬수용체 측정을 일반화했다. 이어 91년에는 내분비연구소로 승격, 확장되면서 국내 내분비 연구의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국내 최초로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본격적인 유전자검사를 시작했으며, 지난 3월에는 30세 이전에 발병하는 유전성 당뇨병의 한 유형인 ‘모디’ 환자들을 대상으로 본격적인 유전자검사를 시행하고 있다. 당뇨병에 대한 이같은 명성 덕분에 작년 내분비내과 입원환자 6만5000여명 중 당뇨병 환자가 48% 정도를 차지했다. 이밖에 뇌하수체 장애, 갑상선 장애 환자가 많다. 최근에는 성장호르몬의 의학적 활용과 소량의 혈액을 이용하여 질병(암, 만성질환)의 가능성을 미리 알아내는 진단법의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여기에는 최영길(崔永吉ㆍ67) 의료원장의 역할이 컸다고 의료원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최 의료원장은 국내 내분비학이 불모지와 다름 없었던 지난 70년대 후반 미국서 이 분야를 전공하고 귀국, 지금까지 23편의 저서, 450여편의 논문을 발표해 내분비학 발전을 선도했다는 것이다.
정형외과도 여러가지 업적으로 인해 국내 의료계에서 최강팀의 하나로 꼽힌다. 지난 75년 무균(無菌) 수술실에서 인공고(股)관절 전치환술(轉置換術)을 성공시켰으며 같은해 가운데손가락이 절단된 환자에게 미세 혈관 봉합술을 시행해 이를 재접합하는 데 성공했다. 79년 다른 대학병원에 앞서서 분야별 전문진료 체계를 수립했으며 지금도 인공고관절, 인공슬(膝)관절, 미세수술, 요통, 척추기형, 사지(四肢)교정, 혈우병 등 13개 특수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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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한해 동안 2453명의 환자가 정형외과에서 수술을 받았다. 인공고관절 수술의 경우 연간 350여건을 시행해 국내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인공슬관절은 연간 200여건, 견주관절은 연간 300여건의 수술을 시행한다. 특히 대퇴골두 무혈성괴사증의 경우 지금까지 2500여명을 치료해 세계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수부(手部) 및 미세수술 분야는 지금까지 500여건의 절단사지 접합수술을 성공시켰으며 300여건의 생비골 이식, 600여건의 유리근육 이식을 시행했다.
신경과는 경희의료원의 특성을 가장 잘 나타내는 진료과이다. 1999년 1년 동안 의료원에 입원한 환자(실인원) 3만4331명 중 뇌졸중 환자가 5378명으로 전체의 15%를 차지, 단일 질환 1위였다. 다른 대학병원들과 비교해도 신경과 환자 수는 전국 1위를 차지한다. 대한병원협회의 지난 98년 통계에 따르면 신경과 외래환자의 경우 경희대병원이 9만5096명으로 1위, 서울대병원 6만8220명, 서울중앙병원 6만5858명으로 나타났다.
의료원 관계자는 "한방병원이 함께 있다는 것이 환자를 끄는 가장 큰 유인(誘因)인 것 같다. 환자들 중에는 먼저 양방 치료를 받아야 하는 사람들이 많아 양방 신경과와 신경외과에 환자들이 몰리고 있다. 또 의료진도 국내 정상급이어서 환자들의 신망이 두텁다"고 말했다.
이밖에 순환기내과의 고혈압클리닉, 소화기내과 치료내시경클리닉, 신장내과 신장염클리닉, 일반외과 대장항문병클리닉, 신경외과 뇌혈관질환클리닉, 산부인과 불임클리닉, 피부과 모발클리닉, 이비인후과의 두경부(頭頸部)종양학 분야와 귀ㆍ코질환, 재활의학과의 중풍재활 분야도 명성을 얻고 있다.
■ 한방 우수 분야
한방의 경우 모든 분야에서 경희대 한방병원이 한의학계를 선도하고 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그 중에서도 특히 두각을 나타내는 분야로 간계(肝系)내과, 심혈관계내과, 침구과, 한방신경정신과 등이 꼽힌다.
간계내과(한방1내과)는 전통적인 한의학 이론에다 혈액검사, 초음파, MRI 및 분자생물학 등 현대의학적 방법을 활용해 한약물이 간에 안전하며 간 보호효과가 있음을 확인했다. 지난 93년 만성 간염환자 3136명에게 생간건비탕을 투여해 효과가 있음을 입증했고, 95년 만성 B형간염환자 50명에게 인진청간탕을 투여해 치료한 결과 70%에서 증상이 호전되었음을 보여주었다.
주로 중풍을 치료하는 심혈관계내과(한방2내과)는 경희대한방병원에서 중심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연간 입원환자가 1300여명, 외래환자가 5만여명에 달한다. 중풍환자의 경우 급성기(발병 후 3일~2주)에 양방 응급처치를 받은 후 안정기(1~2개월)에 들어서면 한방 치료를 가미해 망가진 기(氣) 순환을 원상으로 돌려 후유증을 최소화한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동맥경화 예방을 위해 만든 한방 캡슐제제 청혈단이 임상에서 좋은 결과를 나타내 곧 이를 실용화할 계획이다.
한방의 신비는 역시 침(鍼). 침구과는 지난 72년 세계 최초로 무(無)약물 침술마취로 맹장수술을 성공시켜 화제를 모았다. 특히 말초성 안면신경마비 환자에 대한 침구치료 결과 86.4%가 초진(初診) 후 7주 이내에 완치됐고 회복기간은 평균 3.87주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에는 봉독약침으로 류머티스관절염 환자에게서 우수한 치료성적을 거두는 등 봉독약침에 대한 연구와 임상적용이 활발하다.
한방 신경정신과는 치매에 대한 치료 가능성을 높여 주었다. 지난 99년 초기 치매환자(발병 후 1~2개월)를 집중 치료한 결과 60%의 호전율을 보였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라 이 과의 황의완(黃義完) 교수팀은 보건복지부로부터 6억원의 연구기금을 지원받는 ‘치매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이밖에 만성피로클리닉, 부종(浮腫)클리닉, 산후(産後)보양클리닉, 학생건강클리닉, 홧병클리닉, 벌침클리닉, 비만클리닉, 성인병 체질개선클리닉 등이 인기를 얻고 있다.
경희대한방병원의 명성은 외국에서도 높아 미국, 중남미, 유럽 등지의 의료기관으로부터 공동연구 제의를 받았으며 실제로 많은 연구원이 이곳을 다녀가기도 했다. 이같이 높은 관심에 따라 병원측은 외국인 방문객을 대상으로 한방을 소개하고 체험해 보도록 하는 관광 프로그램(Health Tour to Kyunghee) 개설을 추진하고 있다.
■ 효과적인 이용법
양방인 경희대병원은 3차 의료기관이므로 진료받기 위해서는 병의원에서 발급한 진료의뢰서를 제출해야 한다. 그러나 한방병원이나 동서협진센터는 진료의뢰서 없이 1단계 진료가 가능하다. 한방병원이나 동서협진센터에서 진료받은 후 양방 병원에서 진료받아야 할 경우 이곳에서 진료의뢰서를 발급받을 수 있다. 자세한 문의사항은 전화 (02)958-9618~9에서 상담받을 수 있으며 진료예약은 (02)958-9621~3에서 할 수 있다.
경희의료원은 해외 교민에게도 우리 의료보험과 유사한 형태의 혜택을 제공한다. 시카고교민회(僑民會), 아르헨티나교민회, 칠레교민회, 파라과이교민회 등 27개국 91개 교민회와 의료계약을 체결하고 할인혜택을 주고 있다. 외래진료시에는 우리 일반진료에서 30%, 한방병원 이용시 10%, 동서협진센터 이용시 20%를 할인해 준다.
의료원은 또 신관 병동 3~7층 휴게실에 환자, 보호자를 위한 공중인터넷을 설치해 많은 호응을 얻고 있다. 공중인터넷 운영업체인 ㈜조은넷이 8대의 PC를 설치, 5분당 100원의 사용료를 받고 있다. 의료원측은 “환자, 보호자의 반응이 좋아 설치 장소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영길 경희의료원 원장
"양·한방 교류 통한 '제3의 의학' 필요"
"우리 의료원에서는 환자 한명을 의사와 한의사가 동시에 진료하는 양ㆍ한방 협진(協診)이 활성화되고 있다. 협진은 환자상태 등을 감안해 양ㆍ한방 동시치료나, 한방치료 후 양방치료, 양방치료 후 한방치료 등 다양한 형태로 이루어진다." 경희의료원 최영길(崔永吉ㆍ67) 원장은 "한의사를 공중보건의로 배치하는 문제에 대한 찬반 여론조사에서 80% 이상이 찬성으로 나타날 정도로 한의학에 대한 국민적 신뢰도가 높다”며 양·한방 교류를 통한 의학 발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지난 59년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뒤 미국으로 유학, 신시내티 의대 교수를 지낸 그는 국내 내분비학의 선구자. 대한당뇨병학회, 대한내분비학회, 대한내과학회 등의 회장을 역임했으며 미국당뇨병학회, 미국골대사학회 회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그러나 최 원장은 "양ㆍ한방 협진은 상대 분야에 대한 이해 부족이라든지, 한명의 환자를 의사ㆍ한의사가 진료하다 보니 의견 차이로 인한 시간 지연 등 문제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며 “올바른 발전을 위해서는 올바른 방법론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무엇이 올바른 방법론인가.
"예를 들면 질병별로 동서(東西)협진이 양ㆍ한방 개별적 진료방법보다 우수하다는 것이 증거의학적 측면에서 증명되어야 한다. 단순히 두 학문이 합쳐졌을 때 더 좋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실험에 기초를 둔 증거의학적인 결과물들이 발표되어야 국내 의학계뿐 아니라 외국에서도 협진의 우수성을 인정하게 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한의학에서도 증거의학에 의한 방법론을 폭넓게 도입해야 한다."
-양방과 한방은 인식론에서부터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이로 인한 갈등은 없는가.
"근본적으로 다른 학문이다 보니 의견 차이가 없을 수는 없다. 그러나 우리 의료원의 의사와 한의사는 상대 영역에 대한 이해를 어느 정도 갖추고 있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다. 양방과 한방을 모두 다 공부한 사람도 있다.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협진도 이같은 상호 이해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또 이런 정신이 우리 의료원의 설립 이념이기도 하다."
-다른 대형 대학병원들과 어떻게 경쟁해 나갈 생각인가.
"병원 경영상 재력이 충분하지 못하기 때문에 일단은 경쟁력 있는 임상 과(科)들을 집중적으로 키워나갈 생각이다. 그래야 다른 병원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그 결과 경쟁력을 갖춘 과들이 두각을 나타내면 다른 과들도 함께 발전해 나갈 것으로 본다. 그러나 몇몇 과를 집중 지원하다 보면 다른 과에서 불만을 갖기 쉽다. 따라서 임상 과들의 화합과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 그렇다고 균형만 중시하면 발전이 없고 경쟁에서 뒤지기 때문에 내부적 갈등을 잘 해소해 나가야 한다."
-외국 의료기관과의 교류는.
"한의학에 관심을 갖는 외국 의료기관들이 많다. 현재 대학 차원에서 미국 스탠퍼드대학과 치매, 침, 노화방지 등에 관해서 한의학 연계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하버드 의대와도 한의학 관련 공동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중국 북경중의학원, 하얼빈중의학원 등과도 교류를 하고 있다."
-앞으로 경희의료원을 어떻게 발전시켜 나갈 계획인가.
"작년 6월 인간의 유전자 서열이 완전히 밝혀졌다. 이에 따라 질환의 진단ㆍ치료에도 획기적인 변화가 생기는 등 의학의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 우리도 빨리 새로운 의학의 조류(潮流)를 타야 한다. 우리 의료원은 양의학과 한의학 모두 이런 유전자 정보를 적극 활용해 새로운 진단법, 치료법 등을 개발하도록 적극 지원할 것이다. 이를 위해 의료원에 모든 과가 이용할 수 있는 유전자 정보 관련 센터를 만들어 발전의 기초로 삼도록 하겠다. 미래에 ‘제3의 의학’이 필요하다고 한다면 그것도 이런 토대 위에서 가능할 것이다."
최 원장은 지난 92~93년 경희의료원장을 지낸 데 이어 지난 95년부터 두번째로 의료원장 직을 맡고 있다.
◈우수 의사·한의사 10인
▲내분비내과 김성운(金成運·46)
노화방지 분야. 성인(成人) 성장호르몬 클리닉 운영. 노화방지를 위해 노인에게 성장호르몬을 주입하는 치료법 도입. 관절염 치료에 성장호르몬 항(抗)염증요법과 내과적 연골(軟骨)재생술이라는 새 임상모델 제시.
▲일반외과 박호철(朴豪撤·49)
혈관·이식 분야. 하지(下肢)정맥류에 국내 최초로 주사경화(注射硬化)요법 도입, 1000건 이상 시행. 동맥 우회술로 대동맥의 장골동맥(배 안에서 다리 쪽으로 가는 동맥) 폐쇄증 치료에 뛰어난 성적.
▲정형외과 정덕환(鄭德煥·49)
수부외과·미세재건수술 분야. 산업재해로 인한 외상 매년 300여건 수부(手部) 관련 수술 시행. 83년 후 미세(微細)수술인 혈관 부착 생피판술(生皮板術) 400여건 시행해 재생이 불가능해 보였던 결손부 재건.
▲비뇨기과 장성구(張聲九·49)
비뇨기종양학 분야. 100여편의 논문을 국내 학술지에, 30여편을 국제학술지에 발표. 올해 논문 3편이 SCI급 국제학술지에 동시 게재. 신장암에 근치적 수술과 면역요법(인터루킨, 인터페론)을 동시 시행하는 방법 도입.
▲소아과 배종우(裵鍾雨·47)
미숙아ㆍ신생아학 분야. 최초로 미숙아 호흡곤란증 치료를 위한 인공 폐표면활성제 보충요법 도입. 1.5㎏ 미만 초미숙아 생존율을 선진국 수준인 80% 이상으로 향상시켜 영아 사망률 개선에 이바지.
▲안과 진경현(秦京鉉·45)
각막ㆍ백내장ㆍ굴절수술 분야. 백내장에 대한 초음파 유화술(乳化術) 및 무(無)봉합 수술을 2200여건 시행, 96%의 만족도 기록. 안구(眼球)추적장치를 이용한 엑시머레이저 수술 시행.
▲한방1내과 이장훈(李長勳·40)
간장(肝腸)질환 분야. 알코올성 간질환 및 알코올 의존성 치료에 이침(耳鍼)요법 및 약물치료를 응용한 금주(禁酒)요법을 개발, 1차로 70%의 성공률 기록. 간 섬유화를 억제하는 한약재 개발에 주력.
▲한방5내과 정승기(鄭昇杞·49)
호흡기질환 분야. 한약치료에 뜸치료, 침치료, 향기요법을 가미한 한약 흡입치료법을 알레르기·호흡기질환 치료에 도입. 한약 50여종으로 청상보하탕 가감방 등 새 처방 개발.
▲한방 신경정신과 황의완(黃義完·55)
치매 분야. 초기 치매환자의 한방 치료법 개발, 발병 3개월 이내인 환자의 경우 대부분 호전되는 치료성과 기록. 전체 치매환자의 치료성과도 60%의 호전율.
▲한방 동서협진과 류재환(柳在煥·45)
뇌졸중 분야. 의사와 한의사 복수 면허 소지. 뇌졸중 환자 치료시 70%의 높은 회복률 기록. 97년 ‘비브리오 패혈증을 한약을 투여해 억제할 수 있다’는 논문 발표.
(김창기 주간조선 차장대우 ckkim@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