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글-총장님께 드리는 글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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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전공의 4년차
- 작성일 : 2001-11-26
- 조회 : 76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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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장님께 드리는 글
안녕하십니까? 총장님!
저는 이제 전문의 시험이 40일 가량 남아 있는 경희대학교 의과대학 부속병원의 4년차 전공의입니다. 이는 이제 어언 11년을 살았던 이 회기동을 곧 떠나야 된다는 의미와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그 간 경희대학교를 다니면서 그리고 졸업 후에 느낀점 몇 가지를 최근 의대학생들의 학사일정 거부와 연관지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조악한 글이지만 양해하시리라 믿습니다.
최근의 경희의대의 위상에 대해서 안팎으로 우려의 시선이 있음을 총장님도 잘 알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의과대학 설립당시 서울 소재 타 학교에 비교해 결코 뒤짐이 없던 우리 학교가 어느덧 서울시내 최하위의 등급을 받더니 급기야는 지방 신생의대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물론 경희대학내 최고의 위치를 한의대에 넘겨준 것은 말할 것도 없는 내용입니다.
저는 믿을 수가 없습니다. 우리가 어느 정도는 침체된 상태임을 인정하지 않을 순 없지만 지명도가 있다는 입시학원들의 평가에서 왜 유독 경희의대의 위치가 끝없는 나락으로 빠져들고 있는지를 말입니다. 무슨 근거로 그런 평가를 내리게 되었는지에 대해 따져보고 싶은 생각이 굴뚝 같습니다.
저는 학생들이 주장하는 몇 가지, 가령 고덕병원의 문제, 의대도서관, 교원 충원의 문제 등등은 지금의 상황에서 제일로 중요한 사항은 아니라는 개인적인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 모두가 우리가 처한 상황에 대한 객관적인 현실인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말로 우리의 위치가 몇몇 입시학원에서 마련한 자료에 부합되는 지의 확인이 필요하며 만약 그들의 자료가 잘못 되었다면 수정하면 될 것이고 또한 홍보활동의 강화가 필요한 일일 것입니다.
하지만 정녕 그들의 자료가 신빙성이 있다면(진실로 그렇게 믿고 싶지는 않습니다만) 냉철하게 사고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가 타 대학에 비해 무엇이 떨어지는지 어떻게 고쳐나가면 되야 할 지에 대한 학교, 교수, 학생 그리고 동문들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과학적이고도 객관적인 분석 후에 단기적, 중장기적 대안을 제시하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고덕병원을 조금 늦게 지더라도, 의대도서관을 좀 늦게 갖더라도, 교수님들의 수가 좀 모자란다 치더라도 그 것이 우리의 발전을 위한 진지한 고민에 필요한 시간임을 인식한다면, 그래서 서로의 신뢰가 확보된다면 그러한 사실에 불만을 갖게 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 감히 단언합니다.
지금의 불신은 고덕병원의 개원이 늦어짐에 따르는 데에 따른 불만이 아니라 학생은 열심히 공부를 해서 국가고시에 수석을 또 높은 합격률을 보이고, 교수님들은 열심히 강의하고 연구하고, 병원에선 열심히 일해 학교에 보탬을 했는데 왜 학교는 의대의 위상이 추락하는데 대한 방관자적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지(설사 학교는 그렇게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더라도)에 대한 불만의 표출에 다름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불만의 일부분이 밖으로 드러난 부분이 고덕병원 개원지원이 저희들에게 학교측의 무성의의 지표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지요.
총장님! 이러한 불만은 교수, 학생, 동문들에게 있어서 근래의 일만은 아닌 듯 합니다. 학생들이 의대발전이라는 이슈로 시위를 해 온지가 어느덧 새로 들어올 신입생의 나이와 얼추 비슷해진 다는 우스게 소리가 들립니다.
이에 대한 저희들의 반응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눠지는 듯 보입니다. 하나는 당당하게 학교에 우리의 요구를 주장하자는 내용과 "우리는 역시 안 돼! 빨리 여기를 뜨는 게 최고야"라는 자괴감 섞인 한탄입니다. "경희"라는 떼어 놀래야 떼어 놀 수 없는 이름으로 사회에 공헌하는 동문들이 우리 경희대발전의 큰 축 임을 생각할 때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위상이 하락한 학교가, 모교가 발전하고자 하는 몸부림을 칠 때 이를 외면할 교수, 학생, 동문은 없을 것입니다. 모두들 즐거운 마음으로 공부하고 연구하고 열심히 일하며 학교의 발전에 이바지 할려고 노력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이것이 경희의대가 발전해야만 하는 첫 번째 이유입니다.
또 하나 의대발전이 중요한 이유로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총장님과 학교는 우리 경희대학이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21세기를 선도하는 초일류대학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의학계열의 발전이 우선이 되어야 한다고 여러 번 의사를 밝히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다른 대학과의 차별화를 위해서 국내에서, 아니 세계에서 최고로 인정받고 있는 한의대의 역할이 중요하며 더불어 기존의 한의학이 아닌 서양의학과 동양의학의 장점을 접목시킨 "신의학" 또는 "제3의학"이 경희의학이 나아갈 길이다'.
저는 진정으로 옳으신 판단으로 생각합니다. 외국의 유수의 대학들이 앞다투어 동양의학을 연구하는 지금 우리는 그런 좋은 토양을 진작부터 갖고 있음은 큰 자랑거리가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총장님! 서양의학이든 동양의학이든 완전한 의학은 없다는 데에는 모든 사람들이 이견이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대체의학"이라는 용어 자체는 잘못된 개념이라고 생각합니다. "대체"의 의미는 어느 하나가 없는 상태에서 그 것의 역할을 대신하거나 거의 상응하는 역할을 수행할 때 적용되어야 될 듯합니다. 저는 서양의학과 동양의학 둘 다 대체의학의 범주에 들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우리 경희대학이 표방하는 "신의학", "제3의학"은 대체의학(alternative medicine)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보완의학(complementary medicine)을 바탕으로 이루어 질 수 있다고 감히 생각합니다.
한의대의 발전 없는 "신의학"은 있을 수 없으며 의대의 발전 없는 "제3의학" 또한 있을 수 없습니다. 의대와 한의대의 경쟁적 상호 발전을 통해 만들어 지는 "경희의학"만이 우리가 추구하는 진정한 "경희의학"의 참모습임을 감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는 한의대에 더 이상 추락할 곳이 없는 의대가 만들어 내는 "경희의학"은 결코 우리가 원하는 것이 아닐 것입니다. 이 것이 우리 의대가 발전해야만 하는 두 번째 이유입니다.
총장님! 우리 같은 대학의 총장님이 수행하실 일이 얼마나 많음은 미천한 제가 감히 상상할 수도 없으리라 생각됩니다. 하지만 총장님의 열 손가락 중 지금 "의대 손가락"이 많이 아파하고 있습니다. 그 아픔은 저희 의사들도 어찌할 수 없는 듯 합니다. 총장님의 "아픈 의대 손가락"을 고칠 수 있는 분은 바로 총장님밖에 없음을 저희는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강의실을 떠나 추운 밖에서 떨고 있는 후배들이나 착잡한 심정으로 그들을 바라보고 있는 교수님, 동문 선배들이나 우리 모두 "경희대학"을 사랑하는 마음은 한가지임을 총장님도 굳게 믿고 계시리라 생각됩니다.
총장님! 어지러운 글로 총장님의 눈을 어지럽히지 않을까 걱정이 앞섭니다. 이제 날씨가 본격적으로 추워진다고 합니다. 감기 조심하시고 밖에서 떨고 있는 총장님의 자식들이 강의실로 돌아올 수 있도록 해 주시길 두 손 모아 빌겠습니다.
2001년 11월 26일 경희대학교 의과대학 부속병원 비뇨기과 전공의 황 인 철 올립니다
안녕하십니까? 총장님!
저는 이제 전문의 시험이 40일 가량 남아 있는 경희대학교 의과대학 부속병원의 4년차 전공의입니다. 이는 이제 어언 11년을 살았던 이 회기동을 곧 떠나야 된다는 의미와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그 간 경희대학교를 다니면서 그리고 졸업 후에 느낀점 몇 가지를 최근 의대학생들의 학사일정 거부와 연관지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조악한 글이지만 양해하시리라 믿습니다.
최근의 경희의대의 위상에 대해서 안팎으로 우려의 시선이 있음을 총장님도 잘 알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의과대학 설립당시 서울 소재 타 학교에 비교해 결코 뒤짐이 없던 우리 학교가 어느덧 서울시내 최하위의 등급을 받더니 급기야는 지방 신생의대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물론 경희대학내 최고의 위치를 한의대에 넘겨준 것은 말할 것도 없는 내용입니다.
저는 믿을 수가 없습니다. 우리가 어느 정도는 침체된 상태임을 인정하지 않을 순 없지만 지명도가 있다는 입시학원들의 평가에서 왜 유독 경희의대의 위치가 끝없는 나락으로 빠져들고 있는지를 말입니다. 무슨 근거로 그런 평가를 내리게 되었는지에 대해 따져보고 싶은 생각이 굴뚝 같습니다.
저는 학생들이 주장하는 몇 가지, 가령 고덕병원의 문제, 의대도서관, 교원 충원의 문제 등등은 지금의 상황에서 제일로 중요한 사항은 아니라는 개인적인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 모두가 우리가 처한 상황에 대한 객관적인 현실인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말로 우리의 위치가 몇몇 입시학원에서 마련한 자료에 부합되는 지의 확인이 필요하며 만약 그들의 자료가 잘못 되었다면 수정하면 될 것이고 또한 홍보활동의 강화가 필요한 일일 것입니다.
하지만 정녕 그들의 자료가 신빙성이 있다면(진실로 그렇게 믿고 싶지는 않습니다만) 냉철하게 사고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가 타 대학에 비해 무엇이 떨어지는지 어떻게 고쳐나가면 되야 할 지에 대한 학교, 교수, 학생 그리고 동문들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과학적이고도 객관적인 분석 후에 단기적, 중장기적 대안을 제시하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고덕병원을 조금 늦게 지더라도, 의대도서관을 좀 늦게 갖더라도, 교수님들의 수가 좀 모자란다 치더라도 그 것이 우리의 발전을 위한 진지한 고민에 필요한 시간임을 인식한다면, 그래서 서로의 신뢰가 확보된다면 그러한 사실에 불만을 갖게 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 감히 단언합니다.
지금의 불신은 고덕병원의 개원이 늦어짐에 따르는 데에 따른 불만이 아니라 학생은 열심히 공부를 해서 국가고시에 수석을 또 높은 합격률을 보이고, 교수님들은 열심히 강의하고 연구하고, 병원에선 열심히 일해 학교에 보탬을 했는데 왜 학교는 의대의 위상이 추락하는데 대한 방관자적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지(설사 학교는 그렇게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더라도)에 대한 불만의 표출에 다름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불만의 일부분이 밖으로 드러난 부분이 고덕병원 개원지원이 저희들에게 학교측의 무성의의 지표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지요.
총장님! 이러한 불만은 교수, 학생, 동문들에게 있어서 근래의 일만은 아닌 듯 합니다. 학생들이 의대발전이라는 이슈로 시위를 해 온지가 어느덧 새로 들어올 신입생의 나이와 얼추 비슷해진 다는 우스게 소리가 들립니다.
이에 대한 저희들의 반응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눠지는 듯 보입니다. 하나는 당당하게 학교에 우리의 요구를 주장하자는 내용과 "우리는 역시 안 돼! 빨리 여기를 뜨는 게 최고야"라는 자괴감 섞인 한탄입니다. "경희"라는 떼어 놀래야 떼어 놀 수 없는 이름으로 사회에 공헌하는 동문들이 우리 경희대발전의 큰 축 임을 생각할 때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위상이 하락한 학교가, 모교가 발전하고자 하는 몸부림을 칠 때 이를 외면할 교수, 학생, 동문은 없을 것입니다. 모두들 즐거운 마음으로 공부하고 연구하고 열심히 일하며 학교의 발전에 이바지 할려고 노력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이것이 경희의대가 발전해야만 하는 첫 번째 이유입니다.
또 하나 의대발전이 중요한 이유로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총장님과 학교는 우리 경희대학이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21세기를 선도하는 초일류대학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의학계열의 발전이 우선이 되어야 한다고 여러 번 의사를 밝히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다른 대학과의 차별화를 위해서 국내에서, 아니 세계에서 최고로 인정받고 있는 한의대의 역할이 중요하며 더불어 기존의 한의학이 아닌 서양의학과 동양의학의 장점을 접목시킨 "신의학" 또는 "제3의학"이 경희의학이 나아갈 길이다'.
저는 진정으로 옳으신 판단으로 생각합니다. 외국의 유수의 대학들이 앞다투어 동양의학을 연구하는 지금 우리는 그런 좋은 토양을 진작부터 갖고 있음은 큰 자랑거리가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총장님! 서양의학이든 동양의학이든 완전한 의학은 없다는 데에는 모든 사람들이 이견이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대체의학"이라는 용어 자체는 잘못된 개념이라고 생각합니다. "대체"의 의미는 어느 하나가 없는 상태에서 그 것의 역할을 대신하거나 거의 상응하는 역할을 수행할 때 적용되어야 될 듯합니다. 저는 서양의학과 동양의학 둘 다 대체의학의 범주에 들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우리 경희대학이 표방하는 "신의학", "제3의학"은 대체의학(alternative medicine)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보완의학(complementary medicine)을 바탕으로 이루어 질 수 있다고 감히 생각합니다.
한의대의 발전 없는 "신의학"은 있을 수 없으며 의대의 발전 없는 "제3의학" 또한 있을 수 없습니다. 의대와 한의대의 경쟁적 상호 발전을 통해 만들어 지는 "경희의학"만이 우리가 추구하는 진정한 "경희의학"의 참모습임을 감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는 한의대에 더 이상 추락할 곳이 없는 의대가 만들어 내는 "경희의학"은 결코 우리가 원하는 것이 아닐 것입니다. 이 것이 우리 의대가 발전해야만 하는 두 번째 이유입니다.
총장님! 우리 같은 대학의 총장님이 수행하실 일이 얼마나 많음은 미천한 제가 감히 상상할 수도 없으리라 생각됩니다. 하지만 총장님의 열 손가락 중 지금 "의대 손가락"이 많이 아파하고 있습니다. 그 아픔은 저희 의사들도 어찌할 수 없는 듯 합니다. 총장님의 "아픈 의대 손가락"을 고칠 수 있는 분은 바로 총장님밖에 없음을 저희는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강의실을 떠나 추운 밖에서 떨고 있는 후배들이나 착잡한 심정으로 그들을 바라보고 있는 교수님, 동문 선배들이나 우리 모두 "경희대학"을 사랑하는 마음은 한가지임을 총장님도 굳게 믿고 계시리라 생각됩니다.
총장님! 어지러운 글로 총장님의 눈을 어지럽히지 않을까 걱정이 앞섭니다. 이제 날씨가 본격적으로 추워진다고 합니다. 감기 조심하시고 밖에서 떨고 있는 총장님의 자식들이 강의실로 돌아올 수 있도록 해 주시길 두 손 모아 빌겠습니다.
2001년 11월 26일 경희대학교 의과대학 부속병원 비뇨기과 전공의 황 인 철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