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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우리에게 중요한건 이제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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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 최고가되자
  • 작성일 : 2002-03-09
  • 조회 : 46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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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93학번이고 27회에 졸업한 한 선배입니다.

이름을 보면 알만한 사람도 있을테고 아닌 사람도 있을테고...

이번에 투쟁을 시작하고 마칠때까지 가끔씩 들어와 글도 읽어보고 같이 분개도 하고, 마음아파하던 여러 선배들 중 한 사람라고 해두면 될겁니다.

 

예전에 의과대학 게시판엔 익명기능이 있어서 고덕의료원에 대해서 두어 번 글도 올리고 그랬었는데 이번 투쟁을 지켜보며 여러분들에게 미안한 마음도 많고, 우리가 그랬듯 후배들도 이런 상황을 안겨준 선배들을 많이 원망했을 것이기에 특별히 뭐라고 덧붙일 말이 없더군요.

 

어쨌든 이번 투쟁은 이 정도에서 가닥을 잡는듯 하는군요.

그럼 같은 경험을 한 선배의 입장에서 두 가지 부탁을 드리겠습니다.

 

첫째, 다들 많이 상심했을텐데 너무 자괴감을 갖지는 마십시오.

투쟁을 접는 시점이면 너도나도 말이 많을 겁니다.

비대위가 설명을 했건 안했건 알만한 사람들인데 투표율이 그렇다면 투쟁을 접자는 의견이 많은 것이고, 접을 때가 된 것이지요.

저희 학번은 94년 겨울, 95년 겨울, 97년 겨울 이렇게 세 차례 투쟁을 했었습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제2의료원 개원도 80년대 말 선배들이 투쟁으로 따낸 것이구요.

현재의 고대병원과 한양대 구리병원이 학생들의 투쟁으로 지어지게 된 대표적인 병원들이죠.

얼마전 고등학교 동문회 때에도 학생들 만나 이야기했지만

이번 투쟁에서 이전에 선배들이 따냈던 문건들이 많은 도움이 되었을 것입니다.

저희 때에도 서울시내 및 지방의대를 비교한 몇백 페이지짜리 책자를 만들기도 했었고,

의약관 공사(현재의 여러분들이 수업받는 남관은 95년 투쟁의 성과였던 것 같습니다. 1층 공동실험실은 94년이었던 거 같고...9층 서클룸도 95년이었던 거 같고..)를 비롯하여 학교로부터 얻어온 것들이 있었고, 투쟁 때마다 학교로부터 제2의료원 개원이나 도서관, 의약관전용화 등에 관한 문건을 받아온 것이 있었기 때문에 여러분들이 문제를 제기하고 학교와 대화하기가 조금은 쉬웠을 것입니다.

그래선 안되겠지만 만약 다음에 여러분의 후배들이 또다시 일어나는 일이 생긴다면 훨씬 좋은 무기를 가지고 싸우는 것이 되겠지요. 그점에서 지금까지의 선배들이 그래도 아무 것도 안 했던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주기 바라고, 여러분도 무언가를 한 것이라고 생각하십시오.

 

어짜피 지금 의과대학 상황이라는 게 제가 입학하던 시절 과는 판이하게 다르고..

((그당시엔 서울에 의과대학이 딱 8개 있었죠. 경기도에 2개...서울, 연세, 고려, 가톨릭, 경희, 한양, 중앙, 이화, 아주, 인하... 그당시만해도 지방대라는 이유로 울산대나 아주대, 인하대, 한림대 같은 학교는 배치기준표상 지방국립대보다도 낮았고, 그 부속병원의 수준도 아주 나빴었죠. 우리학교는 당시 한양대와 함께 전국에서 5번째 정도의 의대였는데 어쩌면 서울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별 신경을 쓰지 않아도 의과대학과 병원은 굴러가니까 발전엔 별 관심이 없었죠. 그러면서 동문이나 재단의 관심이 있는 학교들(서울, 연세, 고려, 가톨릭)은 나름대로의 수준을 유지해왔고, 그 나머지는 지금 우리 학교와 비슷한 상황이라고 생각하시면 아마 맞을겁니다))

삼성, 중앙을 비롯한 기업병원과 상업성을 띤 대형병원들이 저마다 의과대학을 신설하면서

더욱 경쟁이 치열해졌고, IMF도 터지고 병원들은 저마다 수익창출과 비용절감을 위해 노력했겠죠.

 

여러 번의 투쟁에서 매번 제2의료원 개원약속도 따냈지만, 그것만큼은 몇 백 억이라는 돈이 들어가는 만큼 비대위에서 강제해내진 못했습니다. 그건 그 돈을 들이는 사람이 결정할 수밖에 없는 문제란 말입니다. 지금까진 개원에 관하여는 학원장이 아무런 언급이 없었고, 이번에 드디어 학원장이 개원을 약속했고, 액티브하고 병원의 발전에 관심이 많은 유명철 선생님이 병원장이 되셨으니 어쨌든 개원은 될 것 같아 한편으로 다행한 마음이 드는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우리 학교는 말을 하지 않으면(=수업거부 or 투쟁) 절대로 행동하지 않습니다. 우리 학교가 일류학교가 아닌 이유는 거기에 있지요. 여기서 두 번째 당부를 드리겠습니다.

저는 96년도에 28대 의과대학 학생회에 있었습니다. 제일 중요한 96년도 문건을 받은 이후죠.

그때에도 3월까지 투쟁을 했었고, 지금도 그랬겠지만 학우들 모두 상당히 뜨거웠습니다.

본관앞에서 각 학년의 대표들이 삭발식을 할 땐 매우 많은 학생들이 눈물을 흘렸더랬죠.

하지만, 개강이후 모두들 각자의 자리, 의대생들의 꽉막힌 스케쥴로 되돌아왔죠. 시험기간엔 우루루 도서관으로 달려갔다가 끝나면 술자리에서 회포를 풀어야 하고, 짬짬이 서클활동과 여자친구, 남자친구도 챙겨야 하고... 물론 이러한 것들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닙니다. 아니, 지금 여러분들이 원하는 것은 학교와 교수님들이 알아서 해주고, 여러분들은 위에 말한 진정한 대학생활만 누리면 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말입니다. 의약분업 투쟁 때에도 느끼셨겠지만, 정부에서 이런 걸 안 해준단 말입니다. 정부와 의사협회가 알아서 이상적인 정책을 수립해준다면 여러 의사들과 의대생들까지 나와서 데모할 필요가 없었겠죠. 하지만, 그렇지 않을 때에는 의사들과 의대생들도 싸울 수밖에 없었던 겁니다.

 

96년도에 처음 의대학생회 내에 발전기획부라는 부서를 설립했죠. 재단을 감시하고 우리가 받은 문건의 내용이 기어코 실현될 수 있도록 발전기획부가 계속 재단과 접촉하고 학생들에게 알리는 역할을 하자는 취지였습니다.

발전기획부장이 굉장히 성실한 친구였기 때문에 그 친구는 매우 꼼꼼하게 일처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학생회 소식지의 발전기획부 기사에 관심을 가지는 학생은 없었고, 96년도 두 학기 동안 2번씩의 개강,종강총회 때 참석한 학생은 매우 적었습니다. 결국 맨 마지막 종강총회 때에는 올겨울엔 데모 안 하냐고 묻는 몇몇 학우들만 있었을 뿐 총회는 결국 학생회 임원들만 나와 마쳤었죠. 여러분들은 어떨 것 같습니까?

이번 투쟁에서 주축이 되었던 건 본과 1,2,3학년일 것입니다. 어짜피 임상 들어가고 병원실습 들어가면 본3 이상은 아마 힘들겠지요. 그러나, 그 아래의 학생들은 제발 올해 꾸려진 학생회 임원들과 함께 모두들 관심 가지고 지켜봐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지금의 예과생들이요.. 그건 여러분의 선배들이 못했던 부분이었거든요... 학생회는 학우들의 관심이 없으면 제대로 굴러가지 않습니다.

앞으로도 또 투쟁이 있겠지요. 재단이 전향적인 태도를 보여 제2의료원이 조속히 개원된다면 앞으로 몇 년 간은 없을수도 있겠지만요.

 

두 번째 이야기 한 것만으로도 경희대학교 의과대학이 잘 굴러갔으면 좋겠구요. 그것이 안되면 또 첫 번째처럼 투쟁을 해야죠. 말로는 안되는 재단이니까...

 

여하튼, 짤막하게 쓰려고 했던 글이 이런저런 살이 많이 붙었습니다. 그동안 수고 많으셨다는 말 다시 덧붙이며 그만 맺습니다.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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