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본 1들의 대량유급사태를 바라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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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본2
- 작성일 : 2002-07-05
- 조회 : 749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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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1 게시판에 가보니 에프가 해부학에서만 16명이 떴다네요. 지금은 이제 가라앉는 분위기던데 그간 게시판에서 오간 말들이 무척이나 그들에겐 혼란스러웠던 것 같습니다.
이번 본 1... 정말 말 많았던 학년입니다. 사람이 너무 많아서 2학기부터 교실을 사용하려면 이번 학기에 유급을 시켜야한다는 말들도 공공연히 돌고 있던게 사실이구요.
그리고는 정말로 20명가량의 에프가 나왔네요.(20명이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제 짐작일뿐입니다. 사실과 다르더라도 이해해주시길...) 물론 안희경 학장님께서 밝히신 바와 같이 성적이 예년에 비해 무척 떨어진다고 하셨는데 저희 학년과 본1의 학력차가 그렇게 심하단 말입니까? 개교한지 30년이 넘은 `뼈대있는` 전통의 경희의대가 1년사이에 실력차가 그렇게 심하게 날 수 있는겁니까?
정말로 전통이 있고 뼈대가 있는 학교라면 가장 민감한 부분인 성적문제는 투명해야 하며 특히나 한사람의 운명이 왔다갔다 하는 유급문제에 대해서는 신중, 또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나 작년에 우리가 봤던 재시험이 올해는 아예 있지도 않았다는 점은 이해할 수가 없네요. 한사람도 아닌 16명의 인생을 좌지우지 하는데 최소한의 기회는 주었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생명을 다루는 고귀한 직업인 의사를 위해 공부를 안하는 사람에게 유급을 주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할 수도 있지만 그와 함께 중요한 것이 학생 자신의 인생이라고 생각합니다. 매번 시험때면 많은 학습량에 쩔쩔 매며 시험기간에는 제대로 잠도 못자고 시험이 끝나고도 재시험때문에 노심초사하는 통에 의대생들의 간은 쪼그라들고 있습니다. 그런 속에서 우리 마음속에 자리잡아 가는 것은 이기적인 마음뿐입니다. 남을 생각하기보단 자기 성적이 중요하고 남을 제치고 내 재시험만 빼는 것에 온 신경을 쏟고 교수님 한마디 한마디에 불안해하며 남이 시험을 못봤다는 소리에 속으로 쾌재를 불러야 하는 현실이 너무도 안타깝습니다.
글을 쓰다보니 조금 흥분했네요. 어제 본 1 후배를 만나서 얘기를 들어보니 조금은 어이가 없어 당사자도 아닌 제가 주제넘게 나섰습니다. 이번 본 1유급사태는 비단 본 1문제가 아닌 학년 전체에 파급될만한 문제라 생각합니다. 저도 공부를 잘 못해 항상 학기말이면 가슴졸이며 성적확인을 합니다만 유급이 좋은 의사를 만들기 위한 최상의 방법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근데 더 황당한 것은 이럴 때일수록 똘똘 뭉쳐야할 본 1들이 그렇지 못하고 서로 설전을 벌인다네요. 이 사태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건지. 허!
작년 해부학 실습을 새벽 1시~ 2시까지 하며 고생, 고생하던거 생각하면(돈을 다발로 주고 다시 하래도 저는 죽어도 본 1 다시 안합니다. ^^;) 힘든 학기 마친 본 1들 참 안쓰럽고 수고했다고 등이라도 토닥거려주고 싶은데 좋은 학점 대신 오는 대량유급이 보는 이로 하여금 안타깝게 만드네요.
이제 한 20명 내려가면 내년 본 1들이 한 150명 다니게 되는건가요? 계속되는 악순환의 연속...... 언제 제대로 120명 다니는 학년을 볼 수 있을런지...... 한숨만 나오네요.
이번 유급사태를 보며 어이가 없어 장문의 글을 올립니다.
P.S. 그리고 본 1들에게 선배로서 한마디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런때일수록 단체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파워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아픔을 당한 친구들 서로 위로하고 학년 올라가서도 서로 마주치면 인사 잘하고요. 그리고 남은 사람들끼리 서로 단합하지 않으면 올라갈수록 득될게 하나 없답니다. 교수님도 아마 그런 학번은 좋아하시지 않을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