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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 학생
  • 작성일 : 2002-07-12
  • 조회 : 188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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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파업은 왜 ‘연례행사’인가

사용자의 불성실 교섭, 혹독한 노동시간…백의의 천사는 신음하고 있다

사진/ 병원 사업장 노동자들의 단식투쟁. 매년 반복되는 병원파업의 실질적인 주범은 '필수공익사업장 직권중재제도'다. (김종수 기자)

온 나라가 월드컵 열풍에 휩싸였다. 그런데 축제에 가려 있지만 20일 가까이 단식투쟁하며 싸우고 있는 ‘월드컵의 그늘’이 있다. 바로 병원사업장 노동자들이다. 가톨릭중앙의료원(성모병원·강남성모병원·의정부성모병원)과 경희의료원 등 전국 8개 병원 사업장이 장기 파업 중이다. 그나마 월드컵 의료지원 병원이라고 성모병원만 파업 상황이 잠깐 언론에 등장했을 뿐이다. 파업이 장기화하면서 환자들은 도시락으로 끼니를 때우다가 병원을 등지고 하나둘씩 떠나고 있다. 병원파업은 연례행사처럼 되풀이된다. 왜 그럴까?


직권중재제도의 악용


보건의료노조는 지난 5월23일 △의료 공공성 강화 △산별교섭 쟁취 △비정규직 정규직화 △사학연금 제도 개선 등을 내걸고 총파업에 돌입했다. 대다수 병원은 임단협이 원만하게 타결됐지만 경희의료원 등 8개 병원은 악화일로로 치달으면서 파국을 향하고 있다. 지난 6월1일 강남성모병원 로비에서는 파업 조합원들의 눈물바람 앞에서 김영숙 지부장(44·간호사)을 비롯한 노조 간부들의 삭발 결단식이 진행됐다. 이어 6월7일 명동성당 들머리. 이미 임단협을 타결한 한양대·이대·고대의료원 등 7개 병원 지부장들이 불볕더위 속에서 ‘직권중재 철폐’를 내걸고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경희의료원지부에서도 조은숙 지부장을 비롯한 조합 간부들의 집단 단식투쟁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차수련 위원장 등 보건의료노조 간부 14명에게 기다렸다는 듯 무더기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21명에게는 출두 요구서가 떨어졌다. 병원 사용자들은 21명의 노조 간부를 징계위원회에 회부한 데 이어 손해배상청구는 물론 재산 가압류까지 나서고 있다. 경희의료원지부의 경우 개별 조합원들에게 파업 포기를 설득하는 것도 모자라 이젠 조합원 가족들한테 전화를 걸어 회유와 협박을 일삼고 있다. 업무복귀 명령서를 들이밀면서 마치 범죄자에게 하듯 “자수하면 선처하겠다”는 식으로 굴복을 강요하고 있다.

평화와 봉사, 백의의 천사가 떠오르는 곳이 병원이다. 그런데 지금 병원은 체포영장, 노조탄압, 삭발과 단식 등 극한상황이 벌어지면서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도대체 병원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병원 노동자들이 질병으로 고통받는 환자의 곁을 떠난 것은 분명 잘못이다. 하지만 머리띠를 두르고 거리에 설 수밖에 없는 이유 또한 병원 사업장의 ‘구조’에서 비롯한다.

매년 반복되는 병원파업의 실질적인 주범은 ‘필수공익사업장 직권중재제도’(상자기사 참고)다. 병원노조는 파업 전날 밤까지 파국을 막기 위해 밤샘교섭을 벌인다. 그러나 올해도 몇몇 병원을 제외하고 병원 사용자들은 직권중재만 믿고 아예 교섭 자리에조차 나오지 않았다. 병원에서의 파업은 직권중재 때문에 전쟁을 치르는 각오로 시작해야 한다. 사용자의 불성실 교섭을 이겨낼 힘은 오로지 노조의 단결밖에 없다는 사실을 병원 노동자들은 온몸으로 깨닫고 있다. 사실 직권중재는 노조 지도부에 명예로운 죽음을 택하도록 강요하고, 이는 병원 노동자들을 더 강하게 단련시킨다. 파업을 막기 위한 직권중재가 병원 노동자의 조직력과 투쟁력 강화를 오히려 돕고(?) 파업을 장기화로 몰아가는 격이다.

병원 사용자들은 노조가 환자를 볼모로 월급이나 올리려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월드컵에 웬 파업이냐”며 월드컵을 볼모로 노조깨기에 혈안이 된 게 사용자다. 보건의료노조는 ‘월드컵 이전 임단협 타결’ 방침에 따라 마라톤 교섭을 벌여왔다. 그러나 병원 사용자는 월드컵을 빌미로 대화를 거부한 채 노사갈등을 부추긴다.


사학연금 때문에 모성보호법 적용 어려워



 
사진/ 주5일 근무제가 도입되는 요즘, 병원은 아직도 주 48시간 노동을 고집하고 있다. 보건의료노조가 의료의 공공성 강화를 내건 것은 이 때문이다. (김종수 기자)


간호사와 의사 사이에 형성되는 병원 내 권력구조와 폐쇄성도 해마다 병원파업을 낳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전문경영인이 아닌 의사들이 병원장 등 주요 보직을 맡다 보니 전근대적 노사관을 고집하게 되고, 그래서 노사갈등이 끊이지 않는 것이다. 병원 쪽은 노조를 만들기 무섭게 직장폐쇄 조처를 내리는가 하면 노조를 대등한 교섭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는다. 한국노동연구원은 의사 중심의 결정구조와 비의사 직종의 배제, 공권력에 의존하는 사용자의 불성실 교섭, 빈약한 의사소통 구조를 병원 노사관계의 문제로 꼽았다. 간호사들에 대한 의사의 고압적인 태도는 물론이고 권위주의적인 폭행사건도 빈번하게 일어난다. 이런 환경 속에서 병원 간호사들의 미소 및 친절은 강요된 것일 뿐이다. 사랑과 화해가 넘쳐나야 할 가톨릭계 병원의 노사관계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 가톨릭계 5개 병원의 파업이 장기화하는 배경에는 정당한 단체행동을 종교에 대한 도전으로 여기는 사용자의 온갖 파업 파괴공작이 깔려 있다.

병원은 주로 여성노동자들이 근무한다. 이번 총파업의 이슈로 사학연금과 이에 따른 모성보호법 적용이 제기된 것은 이 때문이다. 병원 바깥에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간호사들은 모성호보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이유는 사학연금 때문인데, 그래서 유독 사립대병원의 파업이 장기화하고 있다. 일반기업이 국민연금에 가입하는 것처럼 사립대병원을 포함해 사립 교육기관 노동자들은 사학연금에 가입토록 돼 있다. 그러나 사학연금에 가입한 사립대병원 직원은 남들은 다 들어 있는 고용보험·산재보험에도 가입할 수 없고 퇴직금 혜택도 받을 수 없다. 특히 고용보험 미가입에 따라, 지난해 개정된 모성보호법의 출산휴가급여(월 최고 135만원) 및 육아휴직 급여(월 20만원)를 못 받는 처지였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을 둘러싸고 교육부·노동부·병원협회 등은 서로 책임만 떠넘겨 왔다.

사립대병원 노동자들은 교수 등 ‘교원’과 달리 구조조정 속에서 고용불안이 날로 높아가고 있다. 그러나 사학연금은 노후보장 성격이 강한 연금제도일 뿐이어서 병원 노동자는 실업급여 혜택조차 받지 못한다. 게다가 사학연금은 조기 퇴직하는 병원의 여성노동자들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근속연수 7년을 넘지 못하고 퇴직하면 자기가 낸 돈도 못 찾아갈 정도다. 실제로 성모병원의 내부조사 결과 사학연금 수혜자는 3.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임산부 간호사까지 밤근무


그러나 파업의 근본 원인은 병원의 열악한 노동조건에 있다. 우리나라의 병원은 90% 이상이 민간병원이다. 자연히 다들 ‘돈벌이 병원’으로 치닫고 있다. 보건의료노조가 교섭의 쟁점으로 ‘의료의 공공성 강화’와 ‘적정인력 확보’를 내건 것은 이 때문이다. 공익은 뒷전인 채 돈벌이 논리에 따라 무리한 인력축소를 단행하는 바람에 간호사들은 화장실 갈 시간도, 식사시간도 없을 만큼 혹독한 노동에 시달리는 게 현실이다. 그래서 다리가 퉁퉁 부어오를 정도다.

주5일 근무제(주 40시간 노동)가 도입되는 요즘, 병원은 아직도 19세기 유럽 노동자들보다 못한 주 48시간 노동을 하고 있다. 3교대 근무로 한달에 10일 가까이 밤샘근무를 해야 하고, 임산부까지 힘든 밤근무에 투입된다. 얼마 전 원광대의료원에서는 야간근무하던 임신 24주째의 임산부 간호사가 사산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물론 병원 노동자의 열악한 노동환경은 자연히 국민에 대한 의료 서비스 질 저하로 이어진다. 월드컵 성공, 16강 진출은 좋다. 하지만 노동기본권 16강, 의료복지 16강도 이뤄야 하지 않겠는가.


이주호/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 정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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