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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들 무력감에 빠진 경희의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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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 나도무기력
  • 작성일 : 2002-10-09
  • 조회 : 55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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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교수들 무력감에 빠진 경희의료원
"내일만 하겠다" 무관심 확산-장기비전 설정 시급

파업 118일만인 지난 9월17일 노사가 전격 합의안에 서명, 파업이 종료된 경희의료원.

하지만 갑작스런 노사 합의는 교수들과 사무직의 거센 반발을 야기하며 새로운 충돌을 불러일으킬 상황까지 치달았다. 급기야 경희 고황재단은 조정원 총장을 의료원장에 임명하면서 사태 해결에 총력을 기울였고 이후 외견상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다.

초기 질풍노도처럼 내달았던 교수들의 반발감도 자신들의 입장을 대내외적으로 천명하면서 일단 수그러졌다. 교수협은 최근 재단 및 의료원에 전달할 요구안을 확정했다.

교수협의 요구에 대해 재단과 의료원이 어떠한 비답을 내놓을지는 두고 봐야 할 상황이지만 현재로서 획기적 결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래서 그런지 경희의료원 교수들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무력감과 무관심주의가 저변에 깔려지고 있다. 물론 모든 교수가 다 그렇다고 볼 수 없지만 전반적 흐름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감이 팽배하다.

대표적인 것이 이제는 자신의 일이외에는 관심을 갖지 않는 풍조가 확산되는 듯한 양상이다. 한 교수는 "이제 내일만 하고 오는 환자만 진료하면 되지 않겠냐"고 말했다.

다른 교수도 "재미가 없다. 파업동안 의사는 XX놈 소리 들어가며 지탄의 대상이 됐다. 그러면서 재단이나 병원은 매번 우리보고 돈 벌라고 한다. 그런데 의사들의 목소리는 하나도 반영되지 않는 합의가 됐다. 무슨 의욕이 생기겠냐"며 한숨을 내쉬었다.

한 원로 교수는 "나는 이제 얼마 안 남았다. 몇 년 있다가 나가면 되지 않느냐. 하지만 젊은 교수들이 걱정이다. 그 들이 열심히 일해도 부족한데 많은 젊은 교수들이 허탈감에 빠져 있다"고 사기가 급전직하한 교수 사회의 분위기를 전했다.

의료원은 파업이 종료된 후 실제로 일부 교수들의 사직설이 공공연해지고 있다. 파업 종료후 사직서를 제출한 기획실장을 비롯 피부과 등 3개과 스탭들의 이직이 구체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경희의대 1회 출신 교수의 사직설도 나도는 가운데 떠날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실정이다. 병원은 최근 몇 년 새 실력있는 젊은 교수들이 연쇄적으로 그만뒀다. 이로 인해 병원 위상이 많이 떨어지고 있다는 위기감이 확산됐다.

이 같은 사직설과 함께 새로운 풍조는 앞으로 절대 병원의 주요 보직을 맡지 않겠다고 공언하는 교수 역시 늘어난다는 것이다. 한 교수는 "재량권도 주지 않으면서 튀면 맞는데 누가 나서서 일을 하겠냐. 그렇다고 강제로 짜르지는 않을 것 아니냐"며 큰 반감을 표했다.

경희의대 출신의 한 교수는 "이젠 병원 일에 관심 없다. 내 일만 하겠다. 나 한테 더 이상 묻지 말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은둔자처럼 조용히 지내겠다는 의미다. 다른 교수도 "밖에서 우리보고 바보라고 한다"며 "부끄러워서 모임에 나가기도 창피하다"고 말을 아꼈다.

현재 의료원은 외견상 새 출발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속에서 이뤄지는 상황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교수들중 상당수는 병동 등에 복귀한 파업 노조원들에 눈길도 주지 않는 상황이 일반적이다. 이는 병원 전체적으로 손실이고 나아가 환자에게도 커다란 손해를 끼칠 수 있다.

한 교수는 "이렇게 끝난 것이 중요하지 않다.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 진료 주체로서 교수들이 자기 역할에 충실할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과 모든 직원이 비전을 갖고 일을 할 수 있는 장기적인 청사진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그런 측면서 교수협이 재단에 전달할 요구안의 내용에 관심이 모아진다. 또 이에 대해 재단이 풀어 놓을 보따리에도 시선이 집중된다. 공은 재단에 넘어가게 된 셈이다.

결국 재단이 의료원의 장기 비전과 전체 직원들의 소속감을 고취시킬 수 있는 그림을 어떻게 제시하느냐가 앞으로 경희의료원의 제2 중흥의 관건이 될 수 있다.

경희의료원 사태는 교수들이 반발할 때 보다 무관심으로 치닫는 현 상황이 더 위기인지 모른다. 교수들의 무관심은 진료 및 교육, 연구의 질 저하로 이어지고 이는 병원 존폐와 직결된다. 나아가 의대 위상과도 불가분의 관계다.

의료원장을 겸임한 조정원 총장과 조영식 학원장이 병원 분위기, 특히 교수들의 정서를 면밀히 파악해 특단의 위상 제고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중 하나는 "유명철 의료원장에 대한 명예회복도 하나의 단초가 될 것"이라고 교수들은 입을 모은다.

의료원은 지난 5일 조정원 총장을 비롯 교수들과 사무직원, 노조원들이 참여한 화합의 등반대회를 가졌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앞으로 재단이 의료원 발전을 위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조치를 가시화시키지 않는한 등반대회가 참 화합의 계기보다는 한 낱 1회성 행사에 그칠 것이라는 지적을 한다.

안순범기자 (sbahn@dailymedi.com)
[기사작성 : 2002-10-07 21:5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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