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피도 장기도 없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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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의대생
- 작성일 : 2002-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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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과 사회 ] 2002년12월11일 제438호
“그는 피도 장기도 없단 말인가”
정연씨 몸무게 문제를 해부한 김창규 원장… “국내외 의사들과 공개토론 하겠다”
“진짜 정치적 의도가 없는가. 왜 이 시점에 이런 책을 냈나. 왜 5년 전 이야기를 되풀이하나. 그래도 ‘인간 미이라’란 표현은 한 개인에 대한 명예훼손이 아닌가.”
<179cm 45kg 인간 미이라>를 쓴 김창규 연이산부인과 원장를 인터뷰하기 전 품은 궁금증이었다. 대통령 선거를 코앞에 두고 각 당이 상대 후보에 대한 본격적인 폭로와 비방을 일삼던 미묘한 때 책이 나왔기 때문이다.
<179cm 45kg 인간 미이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체중 미달로 군대에 가지 않은 이회창 후보의 장남 정연씨 문제를 다루고 있다.
“의사들 침묵, 나라도…”
김 원장은 “의사의 명예와 전문성을 걸고 179cm의 키에 45kg 몸무게를 지닌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살아 숨쉬는 사람이 아니라 살아 있는 인간 미이라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다. 의학적으로 불가능하다. ‘인간 미이라’란 명예훼손이 아니라 의학적으로 정확한 상황 표현이다”고 주장했다.
먼저 그가 밝힌 주장의 근거는 이렇다. 미국 시카고 노스웨스트 의대 배리 제이 앤슨 교수의 해부학 교과서와 미국·이탈리아·영국 등 외국 의사들의 자문이다.
배리 제이 앤슨 교수의 책에 따르면 175cm 20살 남자는 평균체중이 65.7kg이다. 175cm를 기준으로 봤을 때 순수한 골격이 8.7kg, 골격근막과 근육을 합쳐 26.1kg, 피부가 3.3kg, 지방이 6.06kg이다.
“175cm는 뼈와 살만 따져도 벌써 44.16kg이란 무게가 나온다. 결국 뇌·심장·간·폐·위·소장·대장 등 인체 내의 생명을 유지하는 무게인 장기 무게인 21.54kg이 빠져야 45kg이란 몸무게가 나온다. 더구나 수분과 혈액의 양이 4kg인데 혈액도 없는 미라가 아니고 179cm에 45kg이 어떻게 가능한가.”
하지만 이 수치는 미국 성인 남자 평균치를 기준으로 한 것이 아닌가. 동양인과는 차이가 있지 않을까.
이에 대해 김 원장은 “전 세계적으로 똑같다. 민족 간 차이는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넓은 세상에 내가 모르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싶어 들라스 밀러 뉴욕의대 교수와 조슈아 레이비어 하버드 의대 교수 등 외국 의사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자문을 구했다. 이메일에서는 대한민국 특정인이란 설명 없이 그의 환자라는 설명과 함께, 키 179cm에 몸무게 45kg인 남성에 대한 의사로서의 소견과 비슷한 사례를 경험한 적이 있는지를 물었다. 답을 보내온 외국 의사들은 매우 드문 경우라며 상염색체 우성질환인 마르판증후군이나 영양실조, 식음전폐증(거식증)의 가능성을 제기했다.
김 원장은 “179cm 45kg은 식음전폐증·유전병·갑상선기능항진증·당뇨병·에이즈·결핵·암 등을 앓는 경우 나타날 수 있지만 결혼하고 직장을 다니는 등 정상적인 생활을 하는 남성에게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해부학적으로 따지면 명백하게 답이 나오는데 왜 이 문제가 97년 대선 때부터 5년 동안 계속 논란이 되고 있을까. 그는 “예민한 정치적 논란에 개입하기 싫어 의사들이 침묵하고 있었다. 나라도 의학적·전문적 지식을 통해 연구한 결과를 알려야겠다고 결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런데 왜 이 작업이 5년이나 걸렸고 대선을 앞둔 이 시점에 공개했을까.
“97년 대선 때는 미국 보스턴 의대 유전센터 초청연구 교수로 있어 이 문제에 집중할 수 없었다. 대선 뒤 5년 동안 연세대 의대 연구강사 시절과 보스턴 의대에서 배우고 연구한 사실을 비추어보았고 각종 문헌을 찾고 외국 의사들의 자문을 얻었다. 그냥 주장을 할 게 아니라 근거와 사실관계에 바탕을 두려고 했다. 이 연구결과를 담은 책이 나온 시점이 공교롭게 대선과 맞물린 것이지 다른 의도는 없다.”
그는 거듭 의학적 양심과 순수성으로 179cm 45kg 논쟁의 마침표를 찍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그가 산부인과 전문의란 점이 걸렸다. 과연 그의 주장이 전문성에 바탕을 둔 것인지 물었다.
“나는 세계 태아학회 이사이자 기형아 유전병, 습관성 유산, 장애예방 전문의다. 해부학은 전공 관심분야다. 사람의 인체 장기 하나하나 떼어가며 공부를 했고 장기의 무게를 외우고 다녔다. 또 기형아 문제 전문의로서 ‘179cm인 남성의 몸무게 45kg이 가능한가’는 기형 여부와 관련해서도 지적 호기심이 일었다.”
김 원장이 이회창 후보 아들의 병역 면제에 관심을 둔 것은 개인적 경험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아버지 김찬국 박사의 민주화운동 경험
사진/ “죽는 날까지 한점 부끄럼 없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책 썼다.” 김창규 원장은 의학적 양심과 순수성을 강조했다. (김종수 기자)
그의 아버지는 연세대 부총장과 상지대 총장을 지낸 김찬국 박사다. 그는 군사독재와 싸우다 해직과 구금을 겪은 아버지를 통해 민주화를 직접 겪었다.
그는 “민주화운동을 한 아버지도 한국전쟁에 참전했고 우리 집안 남자들의 군복무 기간을 합치면 모두 21년이 된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1979년 강원도 양구 비무장지대 바로 밑에서 군의관으로 근무했다.
“당시 지뢰사고 등으로 죽거나 다친 병사들을 치료하면서 많은 것을 느꼈다. 이때 병역의 의무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가졌다. 특히 나라의 안보를 책임진 대통령 후보의 아들과 관련된 병역의혹의 진실을 밝히고 싶었다.”
김 원장은 각종 텔레비전 방송 출연과 신문·잡지의 기고 등을 통해 널리 이름이 알려진 의사다. 만약 이회창 후보가 당선되면 불이익을 받을 않을까 하는 걱정은 들지 않았을까. 그는 “그런 질문은 할 필요도 없고, 노코멘트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책을 낸 뒤 몇몇 개인이 항의를 해왔지만 한나라당이나 이회창 후보쪽에서 반론이나 항의는 없었다고 했다. 그는 정치적 논쟁은 사양하겠지만 의학적 견해가 다른 국내외 의사들과는 공개토론을 할 뜻이 있다고 했다.
인터뷰 끝 무렵 그는 이것은 꼭 기사에서 밝혀달라고 했다.
“일부에서는 내가 고향이 전라도라서 그런 책을 냈을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내 고향은 경북 영주다.” 그는 인터뷰 내내 여러 번 윤동주 시인의 시처럼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냈다고 했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그는 피도 장기도 없단 말인가”
정연씨 몸무게 문제를 해부한 김창규 원장… “국내외 의사들과 공개토론 하겠다”
“진짜 정치적 의도가 없는가. 왜 이 시점에 이런 책을 냈나. 왜 5년 전 이야기를 되풀이하나. 그래도 ‘인간 미이라’란 표현은 한 개인에 대한 명예훼손이 아닌가.”
<179cm 45kg 인간 미이라>를 쓴 김창규 연이산부인과 원장를 인터뷰하기 전 품은 궁금증이었다. 대통령 선거를 코앞에 두고 각 당이 상대 후보에 대한 본격적인 폭로와 비방을 일삼던 미묘한 때 책이 나왔기 때문이다.
<179cm 45kg 인간 미이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체중 미달로 군대에 가지 않은 이회창 후보의 장남 정연씨 문제를 다루고 있다.
“의사들 침묵, 나라도…”
김 원장은 “의사의 명예와 전문성을 걸고 179cm의 키에 45kg 몸무게를 지닌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살아 숨쉬는 사람이 아니라 살아 있는 인간 미이라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다. 의학적으로 불가능하다. ‘인간 미이라’란 명예훼손이 아니라 의학적으로 정확한 상황 표현이다”고 주장했다.
먼저 그가 밝힌 주장의 근거는 이렇다. 미국 시카고 노스웨스트 의대 배리 제이 앤슨 교수의 해부학 교과서와 미국·이탈리아·영국 등 외국 의사들의 자문이다.
배리 제이 앤슨 교수의 책에 따르면 175cm 20살 남자는 평균체중이 65.7kg이다. 175cm를 기준으로 봤을 때 순수한 골격이 8.7kg, 골격근막과 근육을 합쳐 26.1kg, 피부가 3.3kg, 지방이 6.06kg이다.
“175cm는 뼈와 살만 따져도 벌써 44.16kg이란 무게가 나온다. 결국 뇌·심장·간·폐·위·소장·대장 등 인체 내의 생명을 유지하는 무게인 장기 무게인 21.54kg이 빠져야 45kg이란 몸무게가 나온다. 더구나 수분과 혈액의 양이 4kg인데 혈액도 없는 미라가 아니고 179cm에 45kg이 어떻게 가능한가.”
하지만 이 수치는 미국 성인 남자 평균치를 기준으로 한 것이 아닌가. 동양인과는 차이가 있지 않을까.
이에 대해 김 원장은 “전 세계적으로 똑같다. 민족 간 차이는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넓은 세상에 내가 모르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싶어 들라스 밀러 뉴욕의대 교수와 조슈아 레이비어 하버드 의대 교수 등 외국 의사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자문을 구했다. 이메일에서는 대한민국 특정인이란 설명 없이 그의 환자라는 설명과 함께, 키 179cm에 몸무게 45kg인 남성에 대한 의사로서의 소견과 비슷한 사례를 경험한 적이 있는지를 물었다. 답을 보내온 외국 의사들은 매우 드문 경우라며 상염색체 우성질환인 마르판증후군이나 영양실조, 식음전폐증(거식증)의 가능성을 제기했다.
김 원장은 “179cm 45kg은 식음전폐증·유전병·갑상선기능항진증·당뇨병·에이즈·결핵·암 등을 앓는 경우 나타날 수 있지만 결혼하고 직장을 다니는 등 정상적인 생활을 하는 남성에게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해부학적으로 따지면 명백하게 답이 나오는데 왜 이 문제가 97년 대선 때부터 5년 동안 계속 논란이 되고 있을까. 그는 “예민한 정치적 논란에 개입하기 싫어 의사들이 침묵하고 있었다. 나라도 의학적·전문적 지식을 통해 연구한 결과를 알려야겠다고 결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런데 왜 이 작업이 5년이나 걸렸고 대선을 앞둔 이 시점에 공개했을까.
“97년 대선 때는 미국 보스턴 의대 유전센터 초청연구 교수로 있어 이 문제에 집중할 수 없었다. 대선 뒤 5년 동안 연세대 의대 연구강사 시절과 보스턴 의대에서 배우고 연구한 사실을 비추어보았고 각종 문헌을 찾고 외국 의사들의 자문을 얻었다. 그냥 주장을 할 게 아니라 근거와 사실관계에 바탕을 두려고 했다. 이 연구결과를 담은 책이 나온 시점이 공교롭게 대선과 맞물린 것이지 다른 의도는 없다.”
그는 거듭 의학적 양심과 순수성으로 179cm 45kg 논쟁의 마침표를 찍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그가 산부인과 전문의란 점이 걸렸다. 과연 그의 주장이 전문성에 바탕을 둔 것인지 물었다.
“나는 세계 태아학회 이사이자 기형아 유전병, 습관성 유산, 장애예방 전문의다. 해부학은 전공 관심분야다. 사람의 인체 장기 하나하나 떼어가며 공부를 했고 장기의 무게를 외우고 다녔다. 또 기형아 문제 전문의로서 ‘179cm인 남성의 몸무게 45kg이 가능한가’는 기형 여부와 관련해서도 지적 호기심이 일었다.”
김 원장이 이회창 후보 아들의 병역 면제에 관심을 둔 것은 개인적 경험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아버지 김찬국 박사의 민주화운동 경험
사진/ “죽는 날까지 한점 부끄럼 없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책 썼다.” 김창규 원장은 의학적 양심과 순수성을 강조했다. (김종수 기자)
그의 아버지는 연세대 부총장과 상지대 총장을 지낸 김찬국 박사다. 그는 군사독재와 싸우다 해직과 구금을 겪은 아버지를 통해 민주화를 직접 겪었다.
그는 “민주화운동을 한 아버지도 한국전쟁에 참전했고 우리 집안 남자들의 군복무 기간을 합치면 모두 21년이 된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1979년 강원도 양구 비무장지대 바로 밑에서 군의관으로 근무했다.
“당시 지뢰사고 등으로 죽거나 다친 병사들을 치료하면서 많은 것을 느꼈다. 이때 병역의 의무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가졌다. 특히 나라의 안보를 책임진 대통령 후보의 아들과 관련된 병역의혹의 진실을 밝히고 싶었다.”
김 원장은 각종 텔레비전 방송 출연과 신문·잡지의 기고 등을 통해 널리 이름이 알려진 의사다. 만약 이회창 후보가 당선되면 불이익을 받을 않을까 하는 걱정은 들지 않았을까. 그는 “그런 질문은 할 필요도 없고, 노코멘트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책을 낸 뒤 몇몇 개인이 항의를 해왔지만 한나라당이나 이회창 후보쪽에서 반론이나 항의는 없었다고 했다. 그는 정치적 논쟁은 사양하겠지만 의학적 견해가 다른 국내외 의사들과는 공개토론을 할 뜻이 있다고 했다.
인터뷰 끝 무렵 그는 이것은 꼭 기사에서 밝혀달라고 했다.
“일부에서는 내가 고향이 전라도라서 그런 책을 냈을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내 고향은 경북 영주다.” 그는 인터뷰 내내 여러 번 윤동주 시인의 시처럼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냈다고 했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